분양권을 사고팔 때 유행하던 '손피' 거래가 앞으로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손피는 손에 쥐는 프리미엄(웃돈 정액 보장)의 준말로, 매도자가 내야 하는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대신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간 손피 거래는 합법과 불법 경계에 있었다. 매수자가 대납한 양도세 일부만 더한 값을 실거래가로 신고해 마치 저렴하게 거래된 듯한 '착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는 엄연한 불법 '다운계약'이다. 세무 당국은 이러한 관행을 불법으로 명문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 내놨던 방침을 뒤집은 것이어서 납세자와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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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분양권 '손피' 거래, 괜찮은가요?(8월7일)
5억원 남기는 '손피' 거래, 10억 세금
2일 국세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는 지난달 7일부로 손피 거래 시 양도소득세 계산 방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변경했다. 기존엔 매수자가 부담하는 양도세 '최초 1회분만' 양도가액에 합산해 재계산했는데, 새로운 해석에 따르면 '전부' 양도가액에 포함해야 한다.
예를 들어 12억원에 취득한 분양권을 1년 이상 보유하다가 17억원에 매도하는 경우, 매도자가 3억2800만원의 양도세 및 지방세를 부담하는 게 정상이다. 양도차익 5억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빼고 양도세·지방세율 66%를 곱한 값이다. 세금을 뗀 뒤 매도자 손엔 1억7200만원이 남는다.
분양권이 인기를 끌면 양도세를 매수자가 대납하는 '손피' 거래가 이뤄지곤 한다. 매수자가 세금 3억2800만원을 대신 부담하면 매도자는 온전히 5억원을 손에 넣게 된다. 기존 유권해석에 따르면 국세청은 매도자가 8억2800만원의 양도차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해 5억4500만원(3억2800만+2억1700만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처럼 과세당국은 1·2차 양도세를 매수자가 내는 걸 인정했고, 시장에서도 이 방식이 적어도 불법이 아닌 '손피' 방식이라며 통용됐다.
하지만 이론상 두 번째 대납분까지 과세 대상이 돼 'N차 추징'이 가능한 구조라는 문제가 있었다. '최초 1회분만'으로 한정한 판례가 있었음에도 실제로는 추가 양도세 납부 통지를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실거래가를 낮게 신고하는 '다운계약'도 횡행했다.
새로운 유권해석은 'N차 추징'을 명문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매수자가 부담하는 양도세 전부 양도가액에 합산해야 한다. 1차분 3억2800만원, 2차분 2억1700만원, 3차분 1억4300만원... 총 9억6600만원의 양도세가 발생하는데 이를 모두 과세하는 것이다.
'다운거래' 아니라지만…현실은
위 사례에서 매수자는 분양권 17억원 외에 세금 9억66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거래 신고되는 금액은 이를 모두 포함한 26억6600만원이 된다. 수요자들 가운데서는 "세수가 부족하니 매수자한테 세금폭탄을 안겼다", "안 그래도 다운거래가 많은데 심해질 것 같다" 등의 반응도 나타난다.
국세청 역시 매수자의 금전적 부담이 커지면서 다운거래의 유혹에 빠지기 쉬워졌다고 봤다. 이에 손피·다운거래 등 이상거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탈세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운거래는 부당 과소신고 가산세(과소신고 세액의 40%), 과태료(실제 거래액의 10%) 부과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위법행위라는 설명이다.
국세청 부동산납세과 관계자는 "다운거래가 아닌 손피 거래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세 부담이 증가하면서 다운 거래할 유인이 생겼다"고 했다. 이어 "1·2차 양도세까지 매수자가 부담하던 관행은 매도자의 이익이 커진 것이니 추가 과세하는 게 타당하다"라며 "국세청으로부터 추가 통지를 받기 전에 전액을 신고하고 내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 8월 질의 때와는 다른 입장이다. ‘최초 1회분만’ 합산한다는 기재부의 판단이 1년도 안 돼 뒤집혔기 때문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과세당국조차 오락가락한 것이다.
당시 이 부서 관계자는 "매수자가 부담하는 양도세를 빼고 신고한 경우 나중에 수정 신고한다면 세법상 문제 될 건 없다"며 "2차 양도세도 매수자가 또 부담한다면 이론상 양도가액이 계속 추가되겠지만 실제 그렇게 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손피 거래는 다운거래로 이어지는 일은 빈번했다. 매수자가 대납한 양도세를 모두 포함해 신고하는 게 아니라 '분양가' 또는 '분양가+프리미엄'만 신고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광진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보통 분양가에 프리미엄, 1차 양도세까지 더한 값을 신고한다"며 "2차 양도세는 실거래가에 안 찍히니 다운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11월 7일 이후 양도분부터 새로운 계산 방법을 적용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아직 시장에 자리 잡진 않은 모습이다. 이 중개사는 "양도세를 다 내라 하면 끝이 없다. 2차까지 내는 줄 알았는데 끝까지 내라면 누가 거래를 하겠느냐"라며 "세무서나 구청에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변뿐이다. 부동산들은 분쟁 소지가 있으면 굳이 취급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N차 양도세가 딱 떨어지는 금액이 아니라 매수자 입장에선 계산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라며 "손피 거래는 영원히 합법이 될 수 없는 구조다. 불법 위험이 커진 만큼 손피 거래보다는 정상 거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상 납세의 테두리 안에서 '손피' 방식을 유지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새로운 유권해석대로 매수자가 'N차'를 모두 납부하거나, 일정 회차 이후 양도세를 매도자가 납부하는 것이다.
우병탁 세무사(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는 "N차를 모두 납부하려면 양도세 대납을 50회 이상 반복해 0원에 수렴해야 한다"며 "이보다는 '매수자가 2차 양도세까지 부담하기로 한다'는 식으로 계약을 맺고 추가 과세분을 매도자가 납부한다면 과세가 종결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