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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분양권 '손피' 거래, 괜찮은가요?

  • 2024.08.07(수) 14:51

"양도세율 너무 높아 남는 게 없다"는 이유
2차 양도세까지 '대납'해도 'n차' 추징 가능
실거래가제 훼손…분양권 시장 '불투명'

정부는 아니라곤 합니다만, 서울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든단 소식에 실수요자들의 마음은 조급해집니다.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입주·분양권을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 싶죠. 분양가에 '프리미엄(P, 웃돈)'이 잔뜩 붙었지만 '더 비싸지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드는 요즘입니다. 정부가 공급대책을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불안하죠.

전매제한이 곧 풀리는 분양권 몸값은 치솟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붙은 매물을 보고 부동산에 문의하면 '손피' 물건이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프리미엄 외에도 세금 등 거래비용을 매도자 대신 매수자가 내야 한다는 얘기죠. 이런 분양권·입주권 '손피' 전매 거래, 정말 괜찮은 걸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양도세 2차까지만?

실제 사례부터 한번 보죠. 서울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은 전용면적 138㎡ 분양권에 손피 6억원이 붙었습니다. 웃돈은 전용 84㎡ 4억8000만원, 74㎡ 3억원 등입니다.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 역시 전용 99㎡에 손피 1억3000만원을 내건 분양권 전매 매물이 나왔고요. ▷관련기사: 입주권 귀해지자 "손피 주세요"…불법 우려도(7월30일)

'손피' 거래는 분양권·입주권 시장에서 이미 흔히 보이는 부동산 매매방식입니다. 계약서 특약에 '매도자에게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등은 매수자가 부담한다'는 문구를 넣는 식으로요.

통용되는 방식은 이렇죠. 매도자 '손'에 6억원의 정해진 '피'가 떨어지도록 하기 위해 매수자는 분양가에 6억원의 웃돈을 주고요. 그리고 웃돈에 매겨진 양도소득세(6억원×66%=3억9600만원) 대납분, 또 대신 낸 양도세에 붙는 양도세(3억9600만원×66%=2억6136만원)까지 주는 겁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매물 화면 /자료=네이버 부동산

이 매물은 현재 분양가 24억2000만원에 프리미엄 6억원을 더한 30억2000만원으로 가격이 기재돼 있습니다. 이 조건대로라면 분양가에 12억5736만원(웃돈과 1·2차 양도세)을 더한 36억7736만원에 거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손피 거래의 '공식'입니다. 다운계약이라는 불법 거래 적발을 피하기 위하면서, 거래세를 최소화하는 마지노선의 방식이죠.

분양권 전매는 양도세에 중과세율이 적용됩니다. 입주·분양권 양도세율은 기존 40~50%에서 60~70%까지 올랐죠. 지난 2020년 '7·10 대책'에서 단기투자자의 시장교란 행위를 막으려 올린 것입니다. 1년 미만 보유한 입주·분양권을 양도하면 77%(지방소득세 포함)를 내야 합니다. 사실 세수보다는 전매거래를 막겠다는 목적이 컸죠.

실제로 세제에 맞춰 낼 세금을 다 내고 이 물건을 파는 이의 손에 6억원을 남기려면 실거래가는 42억원 남짓이 돼야 합니다. 차익(전매금액-분양대금)의 66%를 뗀 금액이 6억원이 되려면 웃돈은 거의 18억원(17억6471억원)이어야 하니까요.

이러니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매도자는 물론 매수자에게도 '손피가 이득'이라며 거래를 유도합니다. 매도자는 본인이 낼 양도소득세를 부담 않고도 프리미엄을 온전히 챙길 수 있고요. 또 매수자는 매도자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42억원에 살 분양권을 36억7736만원에 살 수 있으니까요.

분양권 및 신축주택 양도시기·보유기간별 적용세율 /자료=국세청

'실질과세' 위배…실거래가 신고제도 훼손

문제는 통용되는 손피거래가 세금을 제대로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매도자에게 건넨 2차 양도세(위 사례에서 2억6136만원)에도 양도세가 붙고요. 또 그 양도세(3차)에도 양도세(4차)가…그 뒤로도 반복해서 붙어야 맞습니다. 왜냐면 양도세의 납부 주체는 분양권을 팔아 '양도소득'을 낸 매도자니까죠. 그게 '실질과세' 원칙입니다.

다시 말해 매수자가 내줘야할 양도세를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면 '손피+1차 양도세+2차 양도세' 까지가 아니라 'N차'까지 양도세를 다 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36억7736만원이 아니라 42억원이 실거래가가 됩니다. 이게 실거래가 신고제에 부합하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부동산 업계에선 흔히 앞서 본 사례처럼 매수자가 양도세를 대납하고 '손피+1차 양도세'에 대한 2차 양도세까지도 매수자가 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과거(1991년) 조세심판원이 매수자가 양도세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경우 '최초 1회'에 한해 양도가액에 합산(2차 양도세까지)한다고 결정한 게 근거입니다. 하지만 30년도 더 된 판례죠.

실제로는 제대로 양도세를 추징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차 양도세 대납을 매수자가 직접 한 것이 아니라 이 돈을 매도자에 줬다면 이 역시 양도소득에 해당한다고 본 판례도 다수 있죠. 작년말 기획재정부 조세정책과가 '매수자 대납 조건 시 2차 양도세까지만 과세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질의답변을 내놨습니다만, 이 역시 불완전한 유권해석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올림픽 파크 포레온'은 올해 서울에서 가장 입주권·분양권 거래가 많은 단지다. 사진은 조합원 입주권 매물 유치를 위해 게시물을 내건 인근 중개업소/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거래가 신고제 훼손 …다운거래 조장도

손피 거래는 주택시장 혼탁을 막기 위한 실거래가 신고제와도 맞지 않습니다. 매수자가 대납한 양도세는 양수인 입장에서는 해당 분양권·입주권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양도인 입장에서는 거래에서 빠졌지만 실질적으로는 거래 소득이 되죠.

그런데 어떤 물건에는 세 부담이 제대로 반영되고, 다른 어떤 물건에는 일부만 포함된다면 시장의 실거래가가 파악될까요? 신고를 통해 공개되는 시장 가격의 일관성이 저해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양도세를 줄이는 손피가 인정되다 보니, 더 낮게 실거래가를 신고하는 '다운계약' 유혹에도 빠지기 쉽습니다. 일단 거래이력 가격이 낮게 잡혀 있는 단지의 경우 일부 부동산에선 '튀는 가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다운계약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직접 확인도 했는데요. 실제로 한 손피 분양권을 매물로 내건 공인중개사 A씨는 "프리미엄 중 1억원만 더해 실거래가로 신고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거래해야 한다"고 안내하기도 했습니다.

중개업자 입장에서 '손피' 방식은 정상적인 거래에 비해 성사시키기에 더 수월한 방식입니다. 매수자 매도자 모두에게 리스크가 있지만 과세당국의 관리가 허술하니 '절세'를 명분 삼아 감행을 하는 경우가 많죠.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손피 거래가 일반화한 분양권 거래시장이지만 주택당국은 개의치 않는 모습입니다.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 관계자에게 손피 거래 방식에 대해 물으니 "세세한 내용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세법 관련 사항이니 국세청에 문의하라"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양도세 매수자 부담'이란 문제에 들쭉날쭉했던 과세당국도 마찬가집니다. 국세청 부동산납세과 관계자는 "매수자가 부담하는 양도세를 빼고 신고한 경우 나중에 수정 신고한다면 세법상 문제 될 건 없다"며 "2차 양도세도 매수자가 또 부담한다면 이론상 양도가액이 계속 추가되겠지만 실제 그렇게 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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