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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권 귀해지자 "손피 주세요"…불법 우려도

  • 2024.07.30(화) 07:07

청약 경쟁률 100대1…"차라리 입주·분양권"
둔촌주공 웃돈 10억원 돌파…매수 줄선 시장
양도세 대신 내주고 매도자 '손에 프리미엄(피)'
"다운계약은 불법…실거래가에 포함해야 정상"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입주·분양권의 몸값도 급등하고 있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도 고공 행진하자 거액의 웃돈(프리미엄, 피)을 주고서라도 새 집에 들어가려해서다. 청약 경쟁률이 너무 높아 당첨을 꿈꿀 수 없게 된 점도 한몫했다.

입주·분양권 시장에서도 매도자가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며 '손피(세금 등 거래비용을 매수자가 부담해 매도자가 손에 쥘 수 있는 프리미엄)'를 요구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매수 희망자는 매도자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입주권 거래 5건 중 1건은 '둔촌주공'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최근 1년간 이뤄진 서울 아파트 입주·분양권 거래는 607건으로 집계됐다.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이 108건(17.8%)으로 가장 많았다. 둔촌주공을 재건축한 이 단지는 1만2032가구 규모로, 오는 11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입주권 가격은 지난달 28일 23억1404만원으로 23억원을 넘겨 신고됐다. 하루 만인 29일엔 23억5177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만 해도 18억~19억원 선에 팔렸던 매물이다.

2022년 청약 당시 '국평' 분양가는 12억3600만~13억2040만원이었다. 이젠 10억원 넘는 웃돈(프리미엄)을 줘야 하는데도 매수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강동구의 A 공인중개사는 "매도인들이 24억원 밑으로는 매물을 안 내놓는 분위기"라며 "신축이라 계속 강세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입주를 앞둔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입주권은 실거래가 1건 신고됐다. 지난 3월 전용 59㎡가 10억9069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청약에서 8억5810만~8억8460만원에 분양한 점을 고려할 때 프리미엄은 2억원 남짓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동일 면적의 입주권에는 6억~7억원대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송파구의 B 공인중개사는 "아직 실거래가 많지 않아 매도인들이 머뭇거리며 보류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신축 아파트 수요가 넘치는 것은 청약 열기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95.7대 1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2020년 11월(128.2대 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장 분위기가 크게 좋아졌다"며 "분양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도 청약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롯데캐슬 이스트폴' 매물 화면 /자료=네이버 부동산

'손피' 거래 = 다운계약?

분양·입주권이 인기를 끌자 합법과 불법 경계에 있는 '손피' 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매도인이 내야 하는 양도세를 매수인에게 전가해 '실제 손에 쥐어지는 웃돈(프리미엄)'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파는 사람이 유리해진 시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실제로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광진구 구의동 '롯데캐슬 이스트폴'의 경우 전용 74㎡ 분양권이 현재 13억8000만원에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청약 당시 전용 74㎡ 일반분양가는 10억4000만~11억3000만원이었다. 하지만 해당 매물의 매도인은 '손피' 3억원을 계약조건으로 붙였다.

이 분양권을 중개하려는 광진구의 C 공인중개사는 "양도차익 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66%(지방소득세 포함)를 매수인이 대신 내야 한다는 조건"이라며 "양도세 대납에 대한 2차 추징액까지 하면 3억2868만원을 더해야 실제로 매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프리미엄 3억원을 주고도 양도세 3억3000만원을 대신 내줘야 권리 의무를 승계(전매)받을 수 있다는 게 이 중개업소 설명이다. 이후 입주 시점에 중도금과 잔금 약 9억7000만원을 치르거나 전세를 놓게 된다.

이 중개사는 "매도자가 프리미엄 3억원만 받고 양도세를 내면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양도세도 프리미엄이라 봐야 한다"며 "전매제한기간(올해 8월9일)이 끝나고 분양권이 본격적으로 풀리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도금액 모두 신고해야 '정상거래'

거래비용을 매수인이 대신 내는 걸 조건으로 한 '손피' 거래가 위법은 아니다. 매도인이 양도세를 부담하는 정상거래라면 위 경우 프리미엄 9억원, 실거래가는 19억8000만원으로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앞선 사례처럼 '프리미엄 금액과 1차(웃돈에 붙은) 양도세, 2차(1차 양도세에 붙은) 양도세을 더한 금액'을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1990년) 국세심판원이 인정한 사례가 있어서다. 위 경우 분양가에 손피, 1·2차 양도세를 더하면 17억1000만원가량 된다. 아예 웃돈 3억원만 붙인 13억8000만원만 신고하는 경우도 적잖다.

실상은 손피 거래가 '다운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계약서에 특약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양도가액에 포함하지 않고 현금을 주고받는 경우 엄연한 불법이 된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손피 거래는 이론상 양도세만큼의 양도세가 또 발생해 'n차 추징'이 가능한 구조다. 복잡한 손피 거래를 안 하는 게 가장 깔끔하다"며 "양도세까지 포함된 정상거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매수자 부담 양도세를 1회로 한정한 국세심판원 판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과세당국으로부터 추가 양도세 납부 통지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손피 거래는 세금 계산을 명확하게 하기 어려워 자칫하면 위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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