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첫 착공, 2030년 첫 입주'
국토교통부가 설정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선도지구 재정비 목표입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각종 혜택과 지원을 통해 최대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장애 요인을 해소한다는 방침이죠.
하지만 이제 막 선도지구를 지정한 상황에서 3년 내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주, 분담금 등 곳곳에서 난관이 예상되거든요. 과연 목표 기한 내 첫 삽을 뜨는 곳이 있을까요?
재건축인데 5년 뒤 입주?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 13개 구역, 3만5897가구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앞선 공모에 99개 구역, 15만3000가구가 참여한 만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선정된 곳들이죠. 구역으로 따지면 7.6대 1의 경쟁률입니다.
1기 신도시 재정비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인데요. 이에 주민들은 현 정부에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선도지구로 지정되고자 하는 열망이 높았습니다. 착공 목표도 현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이고요.
선도지구는 각종 혜택과 지원도 받습니다.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분담금 지원(검토) 등이요. 12월엔 추가로 이주 및 교통대책도 내놓는다죠.
정부는 정비사업 발목을 잡는 각종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여러 카드를 꺼내 써도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죠.
통상 재건축 사업은 △기본계획수립 △안전진단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추진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 △이주 △철거 △착공 △일반분양 △준공 및 입주 등 순으로 추진합니다.
거쳐야 할 단계 자체가 많죠. 일반적으로 정비구역 지정 후 관리처분계획 수립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거든요. 정부가 인허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절반으로 앞당긴다고 해도 '이주'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합니다.
재건축 사업에선 이주 기간을 1년 정도 잡는데요. 주민들이 개인 사정이나 이주 대책 등에 따라 시간이 한참 더 소요되기도 합니다. 단지에 따라 3년 이상 걸리기도 하죠.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1기 신도시 정비, 목표와 현실의 '간극'(5월24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의 경우 대규모 주거 이전이 필요한 만큼 12월에 이주 대책을 별도로 발표하기로 했어요. 유휴부지 활용, 영구임대 재건축, 신축매입 확보 등을 검토해 대책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유휴부지를 활용해 새 건물을 짓는 것도, 영구임대 입주민을 내보내고 재건축을 하는 것도 시간이 오래 소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행정절차를 최대한 줄인다고 해도 3년 안에 이주를 마치고 착공까지 들어가긴 어려워 보여요.
분당? 빌라?…"다 힘들어"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2027년 첫 착공' 목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27일 1기 신도시 선도지구를 지정하면서 "작은 단지도 있고 주택 유형이 다양해서 2027년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냥 '목표는 목표일 뿐'이란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계획을 그렇게 잡고 있다는 겁니다.
'작은 단지'는 가구수가 작은 아파트 또는 빌라(연립주택)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이번 선도지구를 발표할 때 비아파트 정비 계획도 내놨는데요. 분당의 목련마을 연립주택 단지 1107가구, 일산의 정발마을2·3단지 262가구입니다.
선도지구로 선정되지 않은 구역 중 주택 유형이 연립인 2개 구역은 별도 정비 물량으로 선정해 선도지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지원·관리해 나가기로 했죠. 평촌, 중동, 산본은 공모대상구역 및 신청구역에 연립 유형이 포함되지 않았고요.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연립은 상대적으로 아파트보다 주거 환경이 좋지 않아 주민들의 재정비 열의가 더 있을 것"이라며 "세대수나 조합원수 등도 적어 의견 모으는 것도 비교적 수월해 오히려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업성'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이번 선도지구는 주민들이 공격적으로 사업 제안을 하면서 공공기여 등을 최대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일단 선정되고 보자'는 분위기였죠. 이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내야 할 비용이 많아지면 사업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최근 급등한 공사 단가도 변수입니다. 결국 주민들이 '분담금'을 부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1기 신도시는 소득이 없는 은퇴 세대가 많아 분담금 문제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생길 거란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국토부가 '고령자 분담금 지원'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벌써부터 과도한 지원이라는 지적이 있고요.
결국 가격·입지적 경쟁력이 높은 분당 일부 단지 정도만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죠.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3년 내 착공, 5년 내 입주'는 제아무리 분당이라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김인만 소장은 "그나마 가능성 있는 단지는 분당 역세권 단지 정도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3년 내 착공하려면 지금 이주해야 하고, 이주하는 데도 상당 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결국 분담금과 사업성이 관건인데 분담금 부담이 큰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사업이 늘어질 수 있고, 공사비 인상에 따른 조합과의 갈등도 생길 수 있다"며 "이제 선도지구를 선정해 놓고 목표 시점을 지나치게 앞당겨 잡아 놓는 건 초등학교 입학도 안 했는데 입시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도 "서울도 강남의 재건축이 활발한 것처럼 1기 신도시도 사업성이 확보된 분당의 사업 속도가 빠를 것"이라면서도 "다만 막상 사업을 추진하면 이주, 분담금 등의 벽에 부딪히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2027년 착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