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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구역 '구멍' 경매시장도 현금 부자만 들어간다

  • 2025.07.04(금) 17:42

토허구역 규제 반사이익 누리다가
6·27대책 '경락잔금대출'도 6억원 제한
'전입의무' 부과로 당분간 위축 불가피

부동산 '불장' 영향으로 불이 옮겨붙는 듯했던 경매시장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서울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도 경매로 취득하면 전입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돈줄 차단과 함께 6개월 내 전입 의무까지 생기면서 수요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 2일 금융권에 '경락잔금대출 실행 시 6억원 한도 적용·6개월 내 전입 의무 부과' 등 내용을 담은 실무지침서를 배포했다. 경락잔금대출은 경매 낙찰자가 잔금 납부를 위해 낙찰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받는 대출이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경매도 '예외 없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경매시장에서 주로 쓰이는 경락잔금대출에도 이 같은 사항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경매업계에서는 이 같은 유권해석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간 경매시장에서는 채권 회수를 통한 채권자 보호가 우선시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과 같은 규제지역이더라도 전입 의무 등을 부과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경락잔금대출 또한 주택담보대출의 일종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규제 적용을 받는 것이 맞다"며 "다만 전입 의무의 경우 그동안 채권자 보호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더라도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책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대책 발표 전까지 경매시장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매각가율이 100%를 넘는 사례가 속출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사례를 살피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06㎡는 감정가 31억5000만원보다 10억6533만원 높은 42억1533만원에 낙찰돼 매각가율 133.8%를 기록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85㎡ 또한 감정가 19억6000만원보다 4억4700만원 높은 24억699만9990원에 낙찰돼 매각가율 122.8%를 나타냈다.

이처럼 매각가율 100%를 초과하는 경매 건수가 증가한 이유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더라도 매매가 가능하고 실거주 의무도 없다는 이점 때문이다.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장이 지속되면서 매각가율 100%를 넘더라도 이보다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서였다.

정부가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 조치를 취한 가운데 30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시민들이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풍선효과' 차단…위축 불가피

그러나 6·27 대책 발표로 경매시장에서도 6개월 내 전입 의무가 생기면서 입찰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락잔금대출 또한 6억원 한도를 적용받으면서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 접근 가능한 시장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 전문위원은 "전입 의무가 있다는 건 일단 주택을 하나라도 보유하고 있다면 투자를 못 한다는 것"이라며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은 상관없지만 대부분은 대출을 받기 때문에 경쟁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낙찰가율도 조정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제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응찰자 수도 줄어드는 것이다. 이 전문위원은 "경매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단독 응찰해 낙찰받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율이 90%를 넘는 경우가 있지만 응찰자 수는 (대책 발표) 이전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모양새"라고 전했다.

결국 대출 규제에 전입 의무까지 부과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고가 아파트 위주로 불붙었던 경매시장은 당분간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전문위원은 "실제 대책으로 인한 영향은 이달 중순까지는 지켜봐야 정확하게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며 "20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의 경우 원래 현금 비중이 높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12억~20억원대 아파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현금량이 많아지면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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