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품의 관세를 깎아주는 할당관세는 도입한지 36년이 흘렀지만, 실제 감면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3월에야 최초로 할당관세 세수지원 규모를 산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1년 할당관세 감면액은 1조8000억원, 2012년 1조1700억원, 지난해 8509억원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같은 기간 할당관세 적용품목이 127개에서 110개, 68개로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석유류와 옥수수, 밀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은 할당관세를 유지해온 반면, 돼지고기나 치즈, 양파와 같은 수입품은 더 이상 관세를 깎아주지 않는다. 올해는 할당관세 적용 품목이 50개로 더 축소됐다.
◇ 탈세로 얼룩진 삼겹살
2012년 100개가 넘었던 할당관세 적용 품목은 지난해 40여개가 줄었다. 구제역 파동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돼지고기를 비롯해 양파와 마늘, 대파 등 농축산물이 할당관세 대상에서 빠졌다. 냉동 고등어와 건고추, 올리브유, 버터, 치즈 등 식재료들도 제외했다.
돼지고기의 경우 냉장삼겹살의 기본관세율은 22.5%, 냉동삼겹살은 25% 수준이지만, 2012년 한시적으로 0%의 세율을 적용했다. 국내 양돈농가의 삼겹살 공급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겹쳐 가격상승 압력이 높았다.
정부는 2012년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를 734억원이나 깎아주며 물가 안정을 꾀했지만, 대기업의 탈세 사실이 드러나며 불행한 결말을 맞았다. CJ제일제당과 푸르밀은 당시 삼겹살에 대한 할당관세를 이용해 수십억원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를 대기업이 악용한 사례였다.
양파와 대파도 2012년 봄 가뭄과 이상고온 현상으로 공급이 크게 부족해지자 수입 물량에 대한 할당관세를 실시했다. 양파의 관세는 50%에서 10%로 낮췄고, 대파는 27%의 관세를 면제했다. 그러나 국내 농가의 사정을 감안해 할당관세 적용은 오래가지 못했다.
◇ 원유·옥수수는 내버려둬
서민 생활과 직결되면서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없는 품목들은 할당관세의 '단골 손님'이다. 석유와 옥수수, 설탕, 맥아 등이 매년 관세를 깎아주는 대표적 품목이다.
국내에서 나프타와 LPG를 제조하기 위해 수입하는 원유는 관세 3%를 받지 않는다. 연간 3000억원이 넘는 관세가 깎이는데, 만약 원래대로 세금을 매기면 국내 정유사들은 외국 정유사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LPG와 LNG도 택시연료와 서민들의 취사·난방용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관세 감면을 거둬들이기 힘들다. 사료용과 가공용으로 수입하는 옥수수는 축산 농가의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제과·제빵의 원료로 서민들의 배를 채워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설탕은 기본관세율이 30%지만, 정부가 정해놓은 물량까지는 5%의 관세가 적용된다. 지난해 말 정부는 40년 넘게 지속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의 독과점 구조를 깨고, 신규 업체의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잠정관세 20%로 낮추려고 했다가 국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다만 일정 물량의 수입 설탕에 붙는 5%의 할당관세는 일단 6월 말까지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