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기업보다 더 큰 기업' 국가 재무제표 사용법

  • 2016.10.14(금) 10:16

정석우 한국회계기준원 기준위원 특별기고

#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2일 세무회계 특화 신문 택스워치 창간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우리가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려면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상식이다. 각 개별 경제주체가 더 좋은 정보를 갖고 결정하는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식적인 일들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이 세상에는 참 많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국가의 운영 정보에 대한 일인 것 같다. 
 
경제단위를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 경제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산출하여 제공하는 것은 회계의 목적이다. 즉 회계는 어떠한 조직 또는 집단의 이해관계자들에게 경제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에 삼성전자와 같은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에 근거하여 삼성전자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삼성전자의 경영성과와 그 결과에 대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식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정보는 국내외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삼성전자보다 경제적 규모가 더 크고 많은 아니 우리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회계단위는 바로 국가이다. 그럼에도 국가의 이해관계자인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행위에 대한 정보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와 같은 민간기업이 이해관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품질이 낮은 정보인 현금의 수지에 대한 예산정보만이 제공되어 왔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5년 전부터 발생주의에 의한 국가재무제표를 작성하도록 입법이 되어 민간기업 수준은 아니지만 발생주의 회계를 이용하여 국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오고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참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발행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생주의 회계 조사보고서에서 언급하는 것처럼 발생주의 회계정보는 수탁책임 이행을 향상시키고 투명성을 향상시켜 공공부문 행정의 효율성을 평가할 수 있게 해주고, 국가가 시행하는 공공사업의 총 비용에 대한 더욱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분은 그 사업의 공공성 덕분에 사업의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이 강조되어온 분야이기 때문에 얼마의 비용으로 그 사업이 이루어지는가보다는 사업자체가 이루어졌는가에 초점이 맞춰져와 해당 사업이 얼마나 국가 재정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또 앞으로 미칠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덜 중요시되어 왔었다.  
 
돈을 써야할 분야는 많고 예산은 한정된 경우 국가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해당사업들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왔는가, 그리고 이러한 사업들이 앞으로 국가의 전체적인 재정건전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정보는 민간기업의 경우보다 훨씬 중요하다. 국가의 미래는 현재 국가 운영을 맡고 있는 정부는 물론 현재의 우리 국민과 우리의 후손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모든 국가에게서 국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동일한 공공사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집행해 왔는가는 국가경쟁력으로 나타난다. 국가 전체적으로 지난 1년간의 사업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효과적으로 운영되었으며 그 결과 국가 전체의 재정상황이 어떻게 변하였고 또 앞으로 어떻게 변화에 나갈 것인가는 우리 국민 모두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2016년 OECD 국가회계 발생주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국가 34개국 중에서 73%인 25개 국가가 발생주의에 근거하여 국가재무제표를 작성하여 제공하고 있고, 31%인 10개 국가가 예산을 발생주의에 근거하여 마련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OECD가 해당 조사를 하기 시작한 15년 전의 24%에 비해 무려 60%나 더 많은 국가가 발생주의에 의한 국가재무제표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발생주의 회계에 따라 국가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데에는 발생주의 회계를 이해하고 이에 따른 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는 공무원이 얼마나 되는가, 이러한 인력을 교육, 양성하는데 얼마나 드는가, 직접 작성비용은 얼마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발생주의 회계의 도입으로 혜택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문제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작성비용은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눈에 띈다. 

그리고 발생주의 회계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발생주의에 근거한 정보들의 효용성이 무엇인지를 모르게 되고 발생주의 국가재무제표의 효용성을 저평가하게 될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 

특히 발생주의 국가재무제표에 대한 이해가 시급한 국가공무원 사회 전반에서 발생주의 회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혹시라도 발생주의 국가재무제표의 효용이 작다고 평가한다면 해당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를 따져야 할 것이다. 국가의 운영에 정말 필요한 내용은 반드시 알아서 극복해야 할 대상이지 모른다고 피하고, 모르기 때문에 소용없다고 치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생주의 회계
거래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수익과 비용을 회계장부에 작성하는 방식이다. 현금으로 주고 받을 때만 기록하는 '현금주의'와 반대 개념으로 정부는 2011년부터 발생주의 방식의 국가재무제표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