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억울한 세금 문제를 잘 들어주는 심판관은 누구일까.
법인세 조세심판청구의 판사 역할을 담당하는 심판관들의 인용률(납세자 승소비율)을 들여다봤다. 기업 심판청구 사건의 담당자는 무작위로 배정되지만 심판관의 성향에 따라 인용률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18일 택스워치가 조세심판원의 2017년 법인세 심판청구 가운데 중복사건을 제외한 124건을 표본으로 추출해 분석한 결과, 기업에 가장 많은 승소를 안겨준 상임심판관은 고광효·이상헌 심판관으로 각각 15건을 기록했다.
1심판부를 맡고 있는 고광효 심판관은 총 21건 중 신한금융지주·현대자동차·휴롬·KG·SK·SK플래닛 등 9건의 법인세 사건을 취소했고, 5건은 경정, 1건은 재조사 처분을 내렸다. 기업의 손을 들어준 인용률이 71%로 현직 상임심판관 가운데 가장 높았다.
2심판부를 이끄는 이상헌 심판관은 26건 중 취소 5건, 경정 9건, 재조사 1건으로 인용률 58%를 기록했다. 대성산업가스·대우조선해양·오스템임플란트·한국환경개발·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 사건을 취소했고, 세아홀딩스와 한미약품 등에 경정 처분을 내렸다.
안세준 4상임심판관은 총 12건 중 6건에 대해 납세자 승소 결정을 내렸다. 신동아건설과 한국히타치가 제기한 사건에는 과세처분을 취소했고, 미래에셋·세진산업개발·LS산전에는 경정 결정을 내렸다.
국세청에서 1년간 파견근무를 나온 구진열 심판관은 인용률 39%(18건 중 7건 인용)를 기록했다. 농업협동조합·동서식품·원일특강·조일공업 등 4건은 경정 처분했고, 두산·오라클·한수건설 등 3건은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 취소는 한 건도 없었다. 구 심판관은 지난해 7월 국세청에 복귀해 현재 징세법무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3상임심판관을 맡은 신봉일 심판관은 11건 중 3건만 인용 결정을 내리며 27%의 인용률을 보였다. 롯데건설과 바텍 사건의 과세처분를 취소하고, 삼화주철에는 경정 처분을 내렸다.
민간전문가로서 심판결정에 참여하는 비상임심판관 중에는 백종한 세무사(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의 인용률이 가장 높았다. 총 15건 가운데 12건을 인용(83%)했다.
이어 신호영(고려대)·이한상(고려대)·윤태화(가천대)·이준봉(성균관대) 교수가 나란히 인용률 79%(28건 중 22건 인용)을 나타냈고,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친 강성태 그리스도대 교수의 인용률도 74%에 달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을 지낸 김영룡 강남대 특임교수와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석환 전 강원대 교수도 각각 70%의 인용률을 기록했다.
반면 오문성(한양여대)·이중교(연세대)·이동식(경북대)·한상국(전북대)·김용민(재능대)·변혜정(서울시립대) 교수는 30%대의 인용률을 나타냈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심판관의 성향에 따라 국고주의적이거나 납세자 친화적인 경우 인용률이 다를 수 있다"며 "사건은 철저하게 무작위로 배정되지만 심판부 구성에 따라 결정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