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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은 나의 인생”

  • 2014.09.22(월) 15:57

“사진의 정직함에 매료”
틈틈이 찍은 사진으로 탁상용 달력 제작

“사진을 찍을 때 기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진은 정직하다.”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렌즈에 투영된 세상이 아름답든 추하든, 행복하든 비참하든 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세상은 한 장의 기록이 되어 남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5)이 카메라와 함께 반평생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한 이유도 사진의 정직함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조양호 회장이 걸음마를 떼던 어린 시절부터 그의 곁에 있었다. 부친인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사진 촬영을 취미로 즐겼다. 조중훈 창업주는 중국, 홍콩 등에서 라이카, 콘탁스, 핫셀, 캐논, 니콘 등 각종 카메라를 모았다. 조 회장은 “아버지는 사치하는 것을 싫어하셨고 술도 안 드셨다”며 “오직 음악 듣고 사진 찍는 게 낙이셨다”고 회상한다.

 

온통 카메라에 둘러싸여 살다보니 사진은 어릴 적부터 몸의 일부처럼 자리 잡았다. 아버지는 정물 사진을 찍어서 괜찮다 싶으면 인화해 집안에 걸었다. 그는 “부친이 찍은 할아버지 사진은 머리카락 한 올까지 무척 선명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그는 아버지로부터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보물 1호가 생긴 것이다. 카메라 셔터를 찰칵거리며 놀던 그가 사진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시절. 예술로 승화된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사진의 예술성에 빠져들었다.

 

▲ 조양호 회장(왼쪽)이 지난 1982년 부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함께 제주도 제동목장을 둘러보고 있다.

 

▲ 조양호 회장이 애용하는 캐논 EOS 1DS MARK Ⅱ.

사진에 푹 빠진 아버지와 아들은 틈 날 때마다 셔터를 눌렀다. 사업으로 바쁘다보니 따로 출사를 나갈 수는 없었지만 함께 출장을 다니다 멋진 광경을 보면 잠시 멈춰 사진을 찍었다. 그는 소중하게 보관 중인 아버지의 손때 묻은 구식 필름 카메라를 볼 때면 옛 시절을 떠올린다.

 

그는 요즘도 해외 출장길에 오를 때면 카메라를 가장 먼저 챙긴다. 그의 카메라는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데스막투’로 알려진 캐논 EOS 1DS MARK Ⅱ(2004년). 출시된 지는 오래됐지만 현재까지도 사진작가들이 인정하는 명품으로 알려져 있다. 풍경을 담기에 좋은 풀프레임 카메라다.

 

그는 1년 동안 짬짬이 찍은 사진으로 탁상용 달력을 만들어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한다. 조 회장은 사업차 사람들과 만날 때에도 자신이 찍은 달력 사진이 이야깃거리가 돼 좋다고 말한다.

 

▲ 달력에 실린 조양호 회장의 사진.

 

조 회장은 그동안 찍은 사진을 모아 지난 2009년 사진집을 출간했다. 지난 15여 년 동안 촬영한 사진 중 124점을 선별했다. 사진집에는 ‘창공을 나는 새’, ‘광활한 대지 사이로 뻗은 길’ 등 그가 지난 세월 마주쳤던 일상과 추억을 담았다.


지난 2011년 10월에는 조 회장이 찍은 사진이 대한항공의 TV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조양호님의 자랑’ 1편 및 ‘대한항공의 자랑’ 3편 등 총 4편의 광고에서다. 영주 부석사, 태백산 등 한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사진을 사용했다.

 

 

조 회장은 사진을 통해 사회 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재능과 열정이 있는 국내 사진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9년 8월 그는 자신의 호를 따 ‘일우(一宇) 사진상’을 만들었다.

 

한진그룹은 이 대회의 수상 작가들에게 개인전 개최, 사진집 출판 등 연간 1억 원 규모의 지원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우 사진상을 받은 작가는 12명에 달한다. 지난 2010년 4월에는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 빌딩 1층에 ‘일우 스페이스’를 열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을 위해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고 있다.

 

한진家의 ‘사진 사랑’은 대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과 출장 길에 나설 때면 함께 사진을 찍는다. 그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조 회장 역시 아들의 사진 스타일에 대해 참견하지 않는다.

 

칠순을 앞둔 조 회장은 손주들을 데리고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1년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채운 탁상달력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요즘 손주들을 보며 세상 보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긴 세월을 지나온 내게는 새로울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것에 눈빛을 반짝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삶에 감사할 것이 참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의 선친이 내 아들과 그랬듯이, 나도 손자들과 함께 세상 구경 나설 날이 기다려집니다. 그때,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이 다양한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을 진정 알겠지요.”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이다. 인하대 공업경영학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지난 1988년 인하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한진그룹 부회장, 대한항공 회장을 거쳐 지난 2003년부터 한진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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