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치는 회장님, 막춤 추는 회장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직원들 앞에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아하고 곱상한 외모를 생각하면 의아하다.
|
그가 이런 파격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교보생명 여직원들이 불우 이웃을 돕기 위해 마련한 일일 호프 행사에서 사내 그룹사운드 공연이 무르익을 때였다. 흥이 돋은 직원들이 신창재 회장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조용히 공연을 보던 신 회장은 직원들의 성화에 못 이겨 무대에 올랐다. 그는 기타 코드를 잡으며 ‘광화문 연가’와 ‘이름 모를 소녀’를 나직이 불렀다.
“말없이 기다리다 쓸쓸히 돌아서서 안개 속에 떠나가는 이름 모를 소녀~”
노래가 끝나자 잠시 소녀 시절로 돌아갔던 여직원들 사이에서 뜨거운 환호가 터져 나왔다. ‘기타 치는 회장님’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신 회장은 사내 행사가 열릴 때마다 마이크를 잡았다. ‘아침 이슬’ ‘엄마야 누나야’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등 레퍼토리도 점점 다양해졌다.
없던 노래 실력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 시절 학내 그룹사운드에서 퍼스트 기타를 쳤다. 소위 좀 놀아 본 것이다. 오랜 시간 숙성된 노래와 기타 실력이 비로소 빛을 발한 셈이다.
그의 끼와 흥은 노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 회장은 2009년 열린 사내 행사에서 댄스곡에 맞춰 춤을 췄다. 직원들과 후드티를 맞춰 입은 신 회장이 ‘찌르기 댄스’를 선보이자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2010년 사내 시상식에선 임원 13명과 호흡을 맞춰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신 회장은 무대 중앙에서 가장 큰 북을 치며 공연을 이끌었다. 퍼포먼스를 위해 수염까지 붙인 신 회장은 무대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라면 망가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2년 사내 우수 재무설계사 시상식에선 개그콘서트 인기 프로그램인 ‘감사합니다’를 패러디했다.
흰색 정장, 나비 넥타이에 선글라스를 낀 그는 개그맨 박성광, 이상훈과 함께 율동에 맞춰 몸을 흔들며 “고객 보장을 가장 잘하고 ‘평생든든서비스’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재무설계사 여러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신 회장은 “일선 직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려고 노력한다”며 “보험회사는 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들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데 이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회사는 망한다. 직원들이 즐거워야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뒤에서 열심히 밀어 준다”고 말한다.
신 회장은 직원들이 웃어야 고객도 웃을 수 있다고 믿는다. 기타, 노래, 막춤은 일선 직원들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응원이다.
■신창재(1953년생) 교보생명 회장은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장남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의대를 나와 1987년부터 1996년까지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했으며 2000년부터는 선친의 뒤를 이어 교보생명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