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보는 스마트한 눈’ 비즈니스워치가 SBS CNBC ‘백브리핑 시시각각’ 프로그램을 통해 각계 최고경영자(CEO)의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번 회에는 보험업계 이슈메이크로 자리매김한 메리츠화재 김용범 사장의 취임 반년을 평가해봅니다. 본 기사는 콘텐츠 제휴를 통해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와 SBS CNBC 방송 공동으로 제공됩니다. [편집자]
<앵커>
지난해 말 김용범 사장의 취임과 함께 메리츠화재가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잇단 파격으로 김 사장 자신도 보험업계 최대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반년이 지난 지금 성과는 어땠을까요?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비즈니스워치 김춘동 기자 연결합니다.
김 기자, 김용범 사장의 반년 성과 괜찮았다는 얘기가 들리던데요?
<기자>
일단 드러난 성과는 만족스럽습니다. 메리츠화재의 올 2분기 순이익은 최대 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4월과 5월 두 달간 누적 순이익만 400억 원에 달했는데요.
작년 2분기 전체 순이익인 29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올 연말엔 역대 최고 실적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앵커>
역대 최고 실적이요? 김 기자, 순이익이 갑자기 급증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우선 비용절감 효과가 컸습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임원의 절반인 15명을 해임했습니다. 또 올 초엔 406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는데요. 당시 전체 직원이 2500명 정도였으니까 15%가 넘는 직원이 옷을 벗은 겁니다. 그만큼 인건비가 크게 줄었습니다.
여기에다 투자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그만큼 돈을 잘 굴렸다는 겁니다.
<앵커>
운용도 운용이지만 마른 수건을 짰다는 얘기네요. 그래서인가요? 평가가 좋지만은 않다면서요?
<기자>
이익이 확 늘어난 건 좋은데 좀 찜찜한 구석이 많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보험 영업이 아니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산을 잘 굴려서 돈을 벌었기 때문인데요. 물론 돈을 잘 굴리는 건 뛰어난 경쟁력입니다. 문제는 시장의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겁니다.
일부에선 메리츠화재가 앞으로 나갈 보험금은 생각하지 않고, 당장 보험료 수입을 늘리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메리츠화재가 올 4월 내놓은 3대 질병보험은 다른 상품에 비해 보장 범위는 더 넓은 반면, 보험료는 더 싸다고 합니다. 자동차보험 역시 다른 보험사들은 블랙박스 특약의 할인율을 축소하거나 없애고 있는데 메리츠화재만 반대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 형태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 아닌가요?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아무래도 중장기적으론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말입니다. 김 기자. 김 사장이 자신의 전문분야인 자산운용 부문에선 성과를 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기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김 사장은 삼성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등을 거친 증권맨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자신의 전문분야인 자산운용 부문의 성과를 높이는 데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취임 후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대거 내보낸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컸을 것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보험사 자산운용은 성격이 좀 다르다는 건데요.
<앵커>
어떻게 다르다는 겁니까? 자산운용은 수익만 많이 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기자>
사실 보험사에서 단기 성과를 내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보험사는 가지고 있는 장단기 투자 자산이 많은데요. 요즘처럼 가격이 크게 오른 채권을 내다 팔고 또 주식을 비롯해 위험 자산에 더 투자하면 단기간에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은 수십 년씩 유지하는 장기상품이 많아서 자산운용 주기도 여기에 맞춰야 한다는 건데요. 단기 성과에 혹해 알짜 자산을 내다 팔고, 위험 자산 투자를 늘리다 보면 나중에 부메랑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험업계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 높은 수익률보다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앵커>
자, 그럼 이렇게 물어보죠. 김용범 사장의 드라이브를 몸소 겪고 있는 메리츠화재 직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반 직원들의 반응은 일단 나쁘지 않습니다. 김 사장은 격식이 없는 경영 스타일로 유명한데요.
복장을 자율화하고 또 오후 6시 이후엔 업무를 금지해 이른바 저녁이 있는 삶도 권장하고 있습니다. 회의 시간도 30분 이내로 줄이고, 업무보고도 문자나 SNS로 받는다고 하는데요.
<앵커>
제가 직원이라도 좋겠는데요?
<기자>
그렇죠. 하지만 윗선에선 여전히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임원의 절반인 15명을 해임한 데 이어 최근에도 임원 7명에게 또 해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그 중엔 올 초에 승진한 경우도 있어서 보험업계에선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메리츠화재의 긴급 구원투수로 투입된 김용범 사장의 대수술이 단기 성과에 그칠지, 아니면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군요.
김 기자, 올 연말쯤 다시 한 번 짚어보죠. 김춘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