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사진) 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은 지난 10월 그룹 임원회의 때 ‘드림빅(Dream Big)’이란 책을 인용해 경영 메시지를 던졌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회사가 가진 힘은 자본규모가 아니고, 생각의 크기”라며 “메리츠가 자본 1위는 아니지만, 생각의 크기에선 1등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사장은 “‘드림빅’이 메리츠가 나아갈 길”이라고 강조했다.
‘드림빅’은 금융인 출신으로 버드와이저와 버거킹, 하인즈 등을 인수하며 단숨에 세계적 부호에 오른 호르헤 파울로 레만(Jorge Paulo Lemann) 등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크리스 코레아(Cristiane Correa).
지난 4월 미국에 발간됐지만,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이 책을 A4용지 3~4장 분량으로 번역한 '요약본'을 임원들에게 전달했다. 일부 임원들은 아마존 등에서 책을 구해 읽었다.
김 사장은 최근에 메리츠종금증권 임원과 부서장들에게 ‘아웃사이더’란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윌리엄 손다이크가 쓴 이 책은 기존 경영 상식을 뒤엎는 혁신적 CEO에 관한 내용이다.
삼성증권 출신인 김 사장은 2011년 메리츠종금증권에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그 이듬해 대표이사에 오른 뒤 메리츠종금증권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형증권사를 제치고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에 올랐고, 2012년 ‘동전주’였던 주가는 최근 4000원대까지 급등했다. 증권 업계가 장기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의 독주는 도드라졌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 사장에도 올랐다.
김 사장이 ‘드림빅’이란 화두를 던진 지난달은 메리츠종금증권이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한 때다. 합병하게 되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1조원을 넘게 된다. 자기자본이 3조원이 넘는 대형 증권사에는 아직 모자라지만, 창의적인 도전으로 업계 1위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한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김 사장의 능력 중심 경영 방침은 확고하다”며 “수익을 내는 직원에게 '당근'을, 부진한 직원에게는 '채찍'을 과감히 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