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짠돌이 경영을 고수해온 오뚜기가 짬짬이 배당을 늘리고 있다. 경영 성과를 주주와 나누는 반가운 일이지만, 오너 일가에 집중된 지분 구조 탓에 배당금이 한 쪽으로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2014년 결산기에 주당 4000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135억원. 오는 20일 열리는 주주총회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오뚜기 배당금은 증가 추세다. 2003년 750원에 불과하던 주당 배당금은 2007년 1500원으로 올랐다. 이후 2011년 2500원, 2012년 3000원, 2013년 3500원, 2014년 4000원으로 매년 주당 배당금이 500원씩 오르고 있다.
`무리한` 배당은 아니다.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 2013년 1조7282억원까지 성장했다. 2012년부터 매년 1000억원대의 영업이익도 내고 있다. 배당성향(당기순이익을 배당액으로 나눈 값)도 2008년 이후 6년간 12~16%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는 창업주의 근검절약 정신이 경영 전반에 투영된 짠돌이 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0년 창립 40주년에야 사옥을 샀을 정도다. 배당은 주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지만, 기업 입장에선 내부 현금이 줄어 반가울 리 없다.
오뚜기가 과감히 배당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다. 오뚜기 주식의 절반 이상을 오너 일가가 갖고 있다는 점이다. 오너가 지분이 약한 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배당을 하면 '남(소액주주) 좋은 일만 시킨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다.
오뚜기는 함태호 명예회장(17.46%), 함영준 회장(15.38%) 등 오너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63.42%에 이른다. 소액 주주는 20.8%에 불과하다. 작년 배당금 135억원 중 소액주주 몫은 28억원뿐이다. 오뚜기가 배당에 관대해 질 수 있는 이유다.
'배당잔치'는 비상장 계열사에서도 이어진다. 오뚜기라면은 2014년 총 38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배당금은 3750원. 배당성향은 25.19%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는 함영준(24.7%), 함태호(10.93%) 등 오뚜기 오너일가다. 배당금 대부분이 오너일가에게 흘러가는 것이다.
이 밖에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인 오뚜기물류서비스, 풍림푸드, 알디에스 등도 최근 수억원대의 배당을 결정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과도한 사내유보금은 투자를 장려하는 국가 정책과도 맞지 않다"며 "이익을 내면 배당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대주주에게 배당이 몰린다는 시각도 있지만, 오뚜기의 배당은 이익에 비해 그 규모가 크지는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2014년 오뚜기 계열사 배당
회사 | 배당금 | 주주(지분, %) |
오뚜기 | 135억768만원 | 함태호(17.46)·함영준(15.38)·함영림(3.31) ·함영혜(3.31) 등 최대주주 63.42 |
오뚜기라면 | 38억395만원 | 함영준(24.7), 함태호(10.93), 오뚜기(24.2) 기타(40.17) |
오뚜기물류서비스 | 8억6720만원 | 오뚜기(46.59), 함영준(16.97), 상미식품(16.61), 오뚜기라면(14.76) |
풍림푸드 | 7억768만원 | 정연현(39.3), 함영준(28.6), 함영림(10.7), 함영혜(7.1), 정인성(2.8) |
알디에스 | 2억원 | 함영준(60), 함영제(20), 오뚜기(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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