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파는 콩나물 포장용기를 자세히 들여보면 아주 작은 구멍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콩나물의 특성에 맞춰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이죠."
이동선(61·사진) 경남대학교 식품생명학과 교수는 식품포장 연구를 25년째 하고 있는 포장분야의 장인(匠人)이다. 이 교수는 산업현장에서 그의 연구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신선식품의 포장용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첨단과학이 숨어있다. 예를 들어 과채류를 밀폐용기에 넣어두면 용기 내 산소는 낮아지고 이산화탄소가 높아진다. 과일이나 야채 등은 수확한 뒤에도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놓으며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과채류는 시들면서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 교수가 하는 일은 과채류를 수확한 후 용기에 담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시들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 상품에 맞춤화된 저장 환경을 연구하는 것이다.
그는 "포장용기 기술을 적용하면 과일이나 야채의 유통기간을 적게는 20%에서 2배까지도 늘릴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생산자와 농민, 식품업체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치, 고추장, 젓갈 등 한국 고유식품의 포장에 대한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김치는 유통 중 유산균이 계속 증식하면서 포장용기가 팽창하거나 터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김치포장의 문제점은 제품 안에 '이산화탄소' 흡수제를 넣어 해결했다.
이 교수는 "젓갈의 제품용기 내부에 주입하는 기체 농도를 바꾸면 더 오래 저장할 수 있는데다, 곰팡이나 효모가 피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을 도입한 식품회사에서 반품이 적어졌다며 좋아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현재 IT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포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포장용기에 센서를 부착해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식품의 신선도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기술이다.
최근엔 국내 분유제조업체들의 원활한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분유포장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분유는 통에 담겨 있는 가루라 변질이 없을 것 같다고들 하지만 용기내부의 산소와 반응해 화학적인 품질변화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분유 저장기한을 늘려 국내 분유기업들이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도록 돕고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맡고 있는 식품포장 연구는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국내 식품유통 산업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수십년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식품포장 기술은 기업체들이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교수는 그간의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지난 25일 오뚜기재단으로부터 학술상을 수상했다. 오뚜기재단은 창업자인 함태호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1996년 설립한 재단으로 2009년부터 식품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학계 교수와 업체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학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 교수는 "다른 좋은 연구자도 많은데 상을 받게 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감을 전했다.
▲ 이동선 경남대학교 교수가 지난 25일 박기문 오뚜기재단 이사로부터 오뚜기학술상을 받고 있다. (출처: 오뚜기) |
■이동선 경남대학교 식품생명학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수료했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전신인 농어촌개발공사 식품연구소 연구원, 미국 럿커스(Rutgers) 대학 방문교수를 거쳐 1985년부터 경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