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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tory] 오뚜기 회장, '할아버지 회사' 찾아올까?

  • 2014.12.01(월) 13:23

오뚜기가 대선제분의 1대주주에 올랐습니다. 오뚜기가 제분사를 인수, 밀가루 시장에 뛰어들지 관심입니다.

그것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오뚜기와 대선제분이 60년 가까이 이어온 인연입니다. 대선제분은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함형준 씨가 세운 회사이기 때문이죠. 함 회장 입장에서 56년만에 할아버지가 세운 회사의 1대주주 자리를 가져온 셈입니다.

대선제분은 한국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1958년 설립됐습니다. 일제강점기 영등포에 세워진 제분공장을 계동산업이 인수, 사명을 대선제분으로 바꿨죠. 계동산업은 박세정, 함형준, 홍종문 등 5명이 공동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이들 5명은 대선제분, 조흥 등의 회사를 공동으로 세운 동업자였죠. 이들은 모두 유명을 달리했지만, 대선제분과 조흥은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중 고 함형준 씨가 바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의 할아버지입니다. 오뚜기 측에선 둘의 관계에 대해 “알수 없다”고 했는데,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둘은 할아버지와 손자 관계더군요. 북한원산공립상업학교를 나온 함형준 씨는 함경남도 원산에 있는 ‘태동상회’를 운영하던 ‘개성상인’이었습니다.

특히 함 씨는 대선제분의 공동 발기인 고 박세정 씨와 동업자 이전에 절친한 친구였죠. 전남 장흥에서 ‘삼성상회’를 운영한 박세정 씨는 함 씨의 가게(태동상회)에서 명태와 명란을 가져와 팔면서 친분을 쌓았다고 합니다.

 


위의 사진은 박세정(오른쪽) 씨와 함형준 씨가 1951년 부산에서 찍은 사진(출처 ‘대선제분 50년’)입니다. 사진 아래에는 ‘영원히 변치 않을 벗 삼아’라는 글귀가 적혀있어, 둘의 깊은 우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합니다. 오뚜기가 최근 지분 26%(21만3433주)를 232억원에 인수하며 1대주주에 오른 대선제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선제분은 현재 고 박세정 씨의 아들인 박관회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박 대표 외에 박내회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등의 형제가 지분 24.9%(작년 말)를 보유하고 있죠. 

오뚜기 측은 “경영권 인수는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대선제분의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오뚜기가 1대주주로 등장하면서 인수합병(M&A)의 여지를 남기고 있죠.

특히 과거 오뚜기는 박세정 가문으로부터 비슷한 패턴으로 회사를 인수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인수한 조흥이 그렇습니다. 

조흥은 박세정 가문과 함형준 가문이 함께 운영해왔습니다. 지난 2001년까지 함 씨의 아들인 함승호 씨가 회장을, 박 씨의 아들 박관회 씨는 이사를 맡았죠. 박관회(18.85%), 함태호(12.36%), 홍순성(11.07%) 등 지분은 박 씨 가문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경영난이 악회되자 2002년 1대주주의 위치가 함 씨 가문으로 바뀝니다. 2003년에는 박 씨 가문의 지분은 주주(5% 이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죠. 현재 조흥은 오뚜기의 계열사입니다.

결국 박 씨 가문과 함 씨 가문이 공동으로 세운 회사를 차례로 오뚜기가 인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남·북 상인'의 만남으로 맺어진 두 회사의 60년 인연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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