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올해 1분기 11조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인수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 해외 사업인 대만 로켓배송 등 성장사업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며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2분기 연속 11조 돌파…고객 기반 확장세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올해 1분기 연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1분기 매출은 11조4876억원(79억800만달러)으로 전년(9조4505억원) 대비 21% 증가했다. 달러 기준 매출 증가율은 11%였으며, 원화 약세 영향으로 원화 기준 성장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2337억원(1억5400만달러)으로 34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656억원(1억1400만달러)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0.6%였던 영업이익률은 2%로 증가했다.

우선 쿠팡의 핵심 부문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 포함)의 경우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 1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은 9조9797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활성고객 수의 증가가 실적 성장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활성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고객)은 2340만명으로 전년(2150만명)보다 9% 증가했다. 지난해 쿠팡이 유료 멤버십 '와우클럽'의 멤버십 가격을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음에도, 회원 수는 분기마다 꾸준히 증가해왔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7일(한국시간)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수년간의 투자와 노력 끝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비용을 최소화해 일관된 성장과 마진 개선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품군 확대로 가격은 낮추고, 배송 경험의 기준을 높이는데 집중해 한국 리테일 시장의 몇 배에 달하는 성장을 프로덕트 커머스에서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파페치·대만·쿠팡이츠…신사업도 '쑥쑥'
성장 부문(파페치·대만·쿠팡이츠 등)의 매출은 1조5078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우선 올해 1분기 대만에 도입한 와우 멤버십이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쿠팡은 올 1분기에 대만 내 상품군을 전년 대비 약 500% 늘렸다. 김 의장은 "대만 고객의 재방문 빈도와 지출 금액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성장사업부문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2440억원(1억6800만달러)으로 여전히 적자 상태다. 전년(2470억원)에 비해 적자 폭을 소폭 줄이는 데 그쳤다. 지난해 초 쿠팡은 명품 플랫폼 '파페치'를 인수했다. 하지만 명품 플랫폼 업계의 상황은 좋지 않다. 쿠팡이츠 역시 배달 플랫폼 업계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은 올해 가이던스에 따른 투자 증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정된 적자'라는 설명이다. 쿠팡은 성장사업부문의 올해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을 6억5000만~7억500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김 의장은 "파페치는 다음 단계의 확장을 위해 사업을 재정비 중이며, 최근 몇 분기 동안 운영 간소화와 고객 서비스 혁신을 통해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경영난과 파산 위기를 겪었던 파페치가 쿠팡에 인수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4분기 418억원의 조정 EBITDA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그는 쿠팡이츠에 대해선 "풍부한 선택지, 경쟁력 있는 가격, 빠른 배송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음식 배달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 브랜드 입점 효과 '톡톡'
쿠팡은 로켓배송 전반에서 신규 상품군을 대거 추가해 긍정적인 고객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론칭한 뷰티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R.LUX)'에는 에스티로더·랑콤·키엘·조말론 등 유명 브랜드가 입점했다. 일반 로켓배송 카테고리에는 스와로브스키·컨버스·로얄코펜하겐·네스프레소 등도 새롭게 추가했다.
김 의장은 "다양한 상품군 확대로 9개 이상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25% 이상 증가했다"며 "마켓플레이스 셀러의 로켓배송이 가능한 '로켓그로스'(FLC) 사업도 빠르게 성장해 강력한 모멘텀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기술혁신과 자동화, 로보틱스에 투자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서비스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자동화 집품·포장 시스템 도입, 머신러닝 기반 수요 예측 및 재고 배치 개선 등을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다만 올 1분기 운영관리비(OG&A)는 21억6200만달러로, 매출 대비 27.3%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보다 0.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거랍 아난드 CFO는 "매출 대비 운영 관리비 증가는 미래 확장성을 위해 강력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최근 기술과 인프라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 총이익은 원화 기준 28% 증가했는데, 이는 프로세스 개선과 자동화 및 혁신투자, 공급망 개선 등에 따른 것으로 향후 몇 분기, 몇 년 동안 연간 마진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이날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매버릭홀딩스로부터 1억7790만달러 규모 자사주를 매입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주가 부양을 위한 선택이다. 한때 주당 69달러까지 올랐던 쿠팡 주가는 등락을 거듭하며 현재 2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아난드 CFO는 "이번 자사주 매입은 시장 상황을 활용해 주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라며 "자본 배분 우선순위를 고려해 신중하게 진행하되, 장기적인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