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려는 대기업들의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면세점 선정 결과는 오는 10일 나올 예정이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 지원과 상권활성화를 공약하고 외부기관과 협력관계를 과시하는 등 막판 점수따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 "면세점 첫발 뗍니다" 초청장 보낸 오너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오는 2일 오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연다. 이 자리에는 광역·기초자치단체장과 정계인사, 기업인, 상인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 회장과 이 사장은 선포식 초청장에서 "동북아 대표 글로벌 면세점을 향한 첫 발걸음을 떼려고 한다"며 "한국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향해 뜻을 모으고 함께 나아가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이런 행보는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현대산업개발(25%)과 현대아이파크몰(25%), 호텔신라(50%)는 서울지역 신규 시내면세점을 따내려고 지난 5월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설립 이후 독과점논란과 합작법인을 둘러싼 불협화음 가능성이 제기되자 두 회사 오너가 직접 나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면세점 사업에 대한 의지를 과시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분수대 고쳐주고 중소기업엔 특별대우
▲지난달 24일 열린 남대문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 업무 협약식에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다섯번째부터 최창식 중구청장, 박원순 서울시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김재용 남대문시장상인회장,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이정현 새누리당 국회의원 등. (출처: 신세계) |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4일 남대문시장을 명품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최창식 중구청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김재용 남대문시장상인회장,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등 정관계와 지역상인회,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신세계그룹은 또 면세점 후보지로 정한 신세계백화점 본관 근처 '한국은행 앞 분수대'를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처럼 서울을 상징하는 관광아이콘을 만들겠다며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청과 분수대 리뉴얼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한국은행 앞 분수대를 다시 오고 싶은 서울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개발할 것"이라며 "명동상권과 남대문상권을 하나로 이어 중구가 거대한 관광타운으로 거듭나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영업이익 20%사회환원' 공약을 내건데 이어 면세점 입점 중소기업에 핵심공간을 내주고 매출실적에 상관없이 최소 2년의 영업기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통상 대형유통시설에 들어서는 매장은 판매실적에 따라 매년 매장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중소기업 매장을 판매실적에 상관없이 2년 이상 보장한다는 것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수익보다 면세점 진출 자체에 더욱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면세점 후보지로 서울 강남의 무역센터점을 선정해 입지에서 다른 대기업과 차별성을 내세운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엔 중소기업과 상생을 앞세워 면세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합작법인을 세울 때도 대기업 중 유일하게 중소·중견기업을 주주사로 참여시켜 눈길을 끌었다.
◇ 불꽃축제부터 중국내 사회공헌까지
한화갤러리아는 이날(1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국내 콘텐츠산업 발전을 위해 상호협력키로 했다. 이날 협약식을 진행한 양사는 신진 디자이너와 패션중소기업의 판로개척뿐 아니라 매년 가을 여의도 63빌딩 근처 한강공원에서 펼쳐지는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K-팝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관광콘텐츠 강화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달 21일 중국장애인기금회와 함께 '이랜드 장애인 전용 기금'을 설립했다. 이랜드는 향후 5년간 108억원(6000만위안)을 이 기금에 기부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기업이 지원하는 장애인 기금으로는 최대규모로 총 1만여명의 장애인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했다. 앞서 이랜드는 중국 교육부와 공동으로 장학기금을 설립, 지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의 고등학생 1만55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이랜드는 이번 시내면세점 경쟁에서 중국내 인지도와 활발한 사회활동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을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회사가 면세점을 운영해야 전체 시장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랜드는 또 중국 최대 여행사인 완다그룹 여행사와 손잡고 중국 VIP 관광객 100만명을 매년 국내로 유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