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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웃은 `이부진·김승연`, 당락 가른 요인은?

  • 2015.07.10(금) 19:48

면세점 직접 챙기며 투자확대 내세워
신세계·현대百 '고배', 연말 재도전할듯

서울시내 면세점 경쟁이 HDC신라면세점(이하 HDC신라)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하 한화갤러리아)의 승리로 끝났다.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의 합작법인인 HDC신라는 면세점시장 독과점 논란을 딛고 사업권을 따냈다. 한화그룹 소속의 한화갤러리아는 정치경제의 중심지인 여의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획득,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 "관광 활성화" 내세운 이부진 맹활약

HDC신라는 세계 최대의 도심형 면세점을 표방하면서 진작부터 유력한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떠올랐다. 정부가 올해 1월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내세운 명분이 "동아시아 경쟁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대규모 면세점 설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면세점 사업경험이 전무한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면세점시장 2위인 호텔신라와 손잡고 용산 아이파크몰에 총면적 6만5000㎡(1만9000평)의 도심형 면세점을 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HDC신라가 제시한 투자규모(예정)만 4500억원으로 정부가 4개 면세점을 신규로 허가하면서 기대한 투자액(35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HDC신라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못지 않게 합작 주체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활약이 돋보였다. 호텔신라는 서울지역 면세점 점유율 26.5%로 롯데면세점(60.5%)과 함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돼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지만 한국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건 이 사장의 전방위 활동으로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 사장은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지난달 말 중국으로 건너가 관계당국과 현지 여행사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9일에는 면세점 당락을 좌우할 최종 프리젠테이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사업권 획득 의지를 안팎에 과시했다.

양창훈·한인규 HDC신라 공동대표는 "대한민국 관광산업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겠다는 장기적인 로드맵과 그것을 구체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며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최고의 면세점을 만들어 대한민국 관광산업 발전과 국가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 '여의도 63빌딩' 전략 통했다..김승연 물밑 지원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사업 첫해 흑자를 내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를 발판으로 면세점 사업을 더욱 힘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한화갤러리아는 입찰에 참여한 대기업 7곳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면세점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번에 서울시내 면세점을 획득함에 따라 여의도의 관광명소화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총 2000억원을 투자해 63빌딩에 면세점을 열 계획이다. 특히 한강유람선 관광, 노량진 수산시장 투어, 종합병원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가동해 서울 서남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현재 봄·가을에 열리는 벚꽃축제와 불꽃축제를 제외하면 변변한 관광인프라가 없다는 평가를 받던 여의도가 한국 관광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9일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대책'에서 의료서비스와 마이스(MICE·국제회의나 전시박람회 사업을 일컫는 말)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자 그 수혜기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63빌딩 인근에 IFC몰, 증권가, 호텔 등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물밑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용득 대표는 "한강과 여의도의 잠재된 관광인프라와 한류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신개념 면세점 사업을 전개해 '함께 멀리'라는 상생철학을 바탕으로 '칭찬받는 기업'을 지향하는 한화그룹의 이미지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탈락기업들 '재도전' 의사

고배를 마신 대기업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관세청의 심사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탈락 소식을 접한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점수라도 공개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세청은 각 기업별 평가점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삼성과 한화가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한 덕분에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낙점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삼성가와 현대가의 결합으로 불리는 HDC신라의 손을 들어준 마당에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에도 면세점 사업권을 주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범 삼성가, 현대백화점은 범 현대가로 분류된다. 두 기업 중 어느 한 곳에 면세점 허가를 내주면 특정그룹에 면세점을 몰아줬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어 정부가 한화갤러리아를 대안을 택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부터 유력한 사업자였던 HDC신라를 제외하면 한 장의 티켓이 남는데 이를 또다시 범 삼성가와 범 현대가에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탈락한 그룹들은 올해 연말 시내면세점 운영기간이 만료되는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롯데면세점의 소공점·롯데월드점 입찰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기존 사업자가 버티고 있어 쉽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가만있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주식시장 먼저 '꿈틀', 유출 가능성도

한편 이날 오후 5시 면세점 발표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는 호텔신라와 한화갤러리아의 주가가 급등해 면세점 선정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날 한화갤러리아는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고, 호텔신라는 8.94% 상승했다. 이돈현 관세청 특허심사위원장은 "외부와 정보가 차단된 상태여서 주가가 어떻게 된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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