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그래픽 = 김용민 기자) |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전 임직원에게 준 1100억원대 주식 ‘선물’이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임 회장이 선의로 베푼 주식 ‘선물’이 회사 입장에선 자칫 ‘비용 폭탄’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회사 측은 “개인(임성기)과 개인(임직원)의 거래라 회사 장부에 반영할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행 기업회계기준서는 주주와 임직원의 주식 이전을 단순한 개인 간의 거래로 보지 않고 있다. 회사를 대신해 주주가 직원에게 근로의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판단해, 비용으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회사 측이 이번 주식무상 증여를 어떻게 회계처리를 할지, 이에 대해 감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어떤 감사결과를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4일 한미약품은 임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90만주(1.6%)를 전 임직원 2800여명에게 무상 증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식 선물은 작년 말 종가(12만9000원) 기준 11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8조원대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성과를 직원들과 나누기 위한 통 큰 결정이다.
임 회장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지금, 모든 임직원에게 ‘고마움’과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며 “고난의 시기를 함께 이겨낸 임직원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주식 무상 증여는 외견상 개인과 개인 간의 거래다. 6일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 회장과 임직원 간의 거래로 회사 회계 장부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계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현행 회계기준은 주주와 종업원간의 주식 이전을 단순한 개인간의 거래로 보지 않고 있다. 기업회계기준서 주식기준보상(1102호)은 기업이 직접 종업원에게 주식을 이전한 경우뿐 아니라, 주주가 종업원에게 이전한 주식도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노동의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판단해서다.
한 회계사는 “임 회장이 임직원에게 제공받은 용역의 대가로 주식을 증여했다면, 이를 회사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손익계산서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 말 코스닥에 상장한 슈피겐코리아는 대표이사가 직원들에게 무상(단 2년 용역 제공 조건)으로 양도한 주식 탓에 100억원을 주식보상비용으로 처리했다. 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은 2012년 회사 측이 주식보상비용을 회계장부에 반영하지 않자, 감사의견 ‘한정’을 내리며 엄중한 회계 잣대를 댔다.
다만 이번 임 회장의 주식무상 증여가 ‘주식기준보상’ 조건에 충족하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 회계 전문가는 “임 회장이 임직원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주식을 증여했는지는 주식무상증여의 약정계약서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며 “주식기준보상에 근거한 주식 이전이라면 비용으로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가 이번 임 회장의 주식무상 증여를 어떤 방식으로 회계처리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주식 무상 증여를 개인 간의 거래로 보고 회계처리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감사결과는 다를 수 있다. 앞서 슈피겐코리아의 경우처럼 감사인이 엄격한 회계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임 회장의 주식 무상 증여가 ‘주식기준보상’ 기준에 따라 회계처리된다면, 한미사이언스는 주식보상비용 ‘폭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측은 “임 회장의 주식무상 증여에 대한 회계 처리 방식은 전적으로 회사가 결정할 일”이라며 “우리는 그 (회계) 판단에 대해 감사의견을 통해 적정성만 판단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