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출석한 신격호 총괄회장. /이명근 기자 qwe123@ |
“총괄회장님보다 더 열심히 해야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대신 롯데제과 사내이사에 선임된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이 짧은 소감을 밝혔다. 25일 롯데제과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장에서다. 황 사장은 “그분(신격호)의 뜻이 무엇이겠냐”며 “열심히 해서 좋은 회사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김용수 롯데제과 대표이사는 “사외이사 2명(신 총괄회장과 신항범 롯데제과 전무)의 임기가 만료된다”며 이사선임 건을 상정했다. 이사선임 건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는 없었다. 주주들은 박수로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신 총괄회장이 49년 만에 롯데제과를 떠나는 순간이었다.
신 총괄회장의 빈자리는 황각규 사장이 채웠다. 황 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다. 롯데그룹이 창업자에서 2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김 대표는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를 만나 “(신 총괄회장의) 연세가 많아 이사회에 참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인’의 쓸쓸한 퇴장이었다.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한 신격호 회장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세우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경영을 시작했다. 신격호 회장은 49년 만에 롯데를 국내 5위 그룹으로 만들어냈지만,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을 막지 못하고 경영활동을 사실상 마감했다. 이날 신 총괄회장과 그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주주총회장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창업자가 떠난 롯데제과는 앞으로 커다란 변화를 예고했다. 정관에 인재유치를 위해 주식매수선택권을 새롭게 추가했고, 액면분할을 대비해 발행예정주식수를 10배 늘렸다.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전환사채, 중간배당 등 조항도 새롭게 추가됐다.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다양한 자금조달 방식의 길을 열어 둔 것이다. 또 인재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는 글로벌 제과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회사 정책과 맞아 떨어진다. 김 대표는 “빼빼로와 초코파이를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 만들겠다”며 “중장기 전략에 따라 해외 자회사 안정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