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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경영]①날씨 따라 울고 웃는 기업들

  • 2016.05.27(금) 14:07

5월 때이른 더위에 편의점 '맑음'
포근했던 겨울, 의류업계는 '꽁꽁'

때이른 5월 폭염과 미세먼지로 날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날씨는 개개인의 건강이나 기분, 야외활동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과 기획, 영업활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경제의 80%는 날씨 변화에 좌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국내외 날씨경영의 현황과 사례를 짚어본다. [편집자]

 

 

84년만에 가장 더웠던 지난주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전체 매출은 한주 전에 비해 4.9% 늘었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한주 전에 비해 5℃ 높아졌을 뿐인데 생수 매출은 22.9%, 아이스크림 매출은 74.5% 뛰었다. 날씨가 편의점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이다.

더운 날씨와 함께 파리와 모기가 기승을 부리자 세븐일레븐의 살충제 판매는 79.5% 증가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 이후 '화학물질 포비아(공포)'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살충제 판매가 늘어난 것은 날씨가 아니고선 설명하기 어렵다.

 

날씨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허리케인 피해가 극심한 미국 남부에선 보험사들이 날씨 때문에 종종 곤경에 처한다. 실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비롯해 미국 남부를 휩쓸고 갔을 때, 보험사들의 손실액은 600억달러를 넘었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물론이고 보험사에 날씨파생상품을 판매한 헤지펀드가 여럿 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도 날씨는 경영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2014년 3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5000억원으로 커졌다. 과거엔 생각지도 못했던 가전제품을 이젠 집집마다 하나씩 들여놓을 정도로 보편화 한 것이다. 덕분에 시장점유율 1위인 코웨이의 경우 공기청정기 생산량이 지난해 1분기 13만8000대에서 올해 1분기에는 27만8000대로 크게 늘었다.

 

▲ 미세먼지로 뿌옇게 흐린 서울 도심 전경. /이명근 기자 qwe123@


날씨가 기업실적을 좌우하는 곳으로 의류업계를 빼놓을 수 없다. 등산과 레포츠 바람이 불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시장포화에 날씨요인까지 겹쳐 지난해 매출이 뚝 떨어졌다. 노스페이스를 판매하는 영원아웃도어는 매출이 28% 급감했고, 네파 역시 12% 역신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이 가장 좋을 때가 겨울인데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 탓에 패딩과 같은 제품이 안팔렸다"며 "1월 중순에야 강추위가 찾아왔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실제 영하권 날씨가 시작된 시기와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신장률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2014년 서울이 영하권에 접어든 날짜는 11월13일이었으나 지난해는 보름 늦은 11월26일이었다. 이 두 해 겨울(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롯데백화점 기준) 아웃도어 브랜드의 매출신장률을 보면 2014년엔 16.8%였으나 지난 겨울에는 2.5%에 그쳤다.

생필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는 날씨에 따른 매출변동이 비교적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매년 5월이면 비상에 들어간다. 양념게장이나 반찬꼬막을 매장에서 완전히 빼고 팥떡이나 나물, 샐러드는 판매시간을 단축한다. 고온다습한 여름철 발생하기 쉬운 식중독을 예방하려고 위생관리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특히 식품위생이 중요해 각종 장비와 인력을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아예 기상전문인력을 두거나 자체 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날씨 자체를 기업경영의 핵심정보로 여기고 있다. 해외 보험사들은 자연재해를 예측하려고 별도의 기상분석회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해외에선 기상학도들이 가장 많이 가는 곳이 보험사일 정도로 기상정보에 대한 민간의 수요가 많다"며 "기상정보를 가공하면 날씨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음에도 국내에선 기상정보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해 기상산업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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