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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경영]③구찌가 희귀동물 연구한 까닭은

  • 2016.06.01(수) 14:24

원자재 확보 대책 마련..보험가입도
기후따라 자산이전·수송망 점검까지

▲ 지난 2012년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강타했을 당시 맨해튼은 전력난에 시달렸다. [사진=위키피디아]

 

해외 명품 브랜드가 희귀 야생 낙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유는 역시 날씨 때문이다.

 

낙타의 일종인 비큐나는 남미 안데스산맥 해발 3500~5200m 지대에 서식하는 희귀 동물이다. 비큐나로부터 얻는 털은 가늘고 따뜻해, 이 털로부터 얻은 섬유는 전세계에서도 가격이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지난 2010년부터 유례가 없던 기후 변화로 안데스산맥 고지대의 물이 마르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비큐나가 점차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서식하는 비큐나의 털 품질도 악화되고 있다. 구찌, 보테가 베네타, 입생로랑 등 유명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케어링그룹은 급기야 오는 2035년 비큐나의 생산량과 기후변화 위험도를 예측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케어링그룹은 "희귀 원재료와 관련해 보험을 들거나 농장을 만들어 공급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공급, 제조, 유통에 걸쳐 날씨가 명품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느끼며 앞으로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수송망 위험 점검에 자산 이동까지

 

케어링그룹은 지난 몇 년새 기후변화로 비상이 걸린 글로벌 기업들 중 한 곳에 불과하다.

 

지난 2012년 슈퍼급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에 들이닥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받은 충격도 만만치 않다. 당시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은 67억달러(약 8조원)에 달했고, 약 1만개의 제조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샌디로 인해 침수와 정전에 시달린 기업들은 뉴욕에 몰려 있던 자산과 재고 등을 다른 지역으로 분산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대응을 시작했다.

 

특히 음료·주류업체들은 날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주류회사인 영국의 디아지오는 전세계 30개 이상 국가에서 날씨 변화를 예측해 물 공급이나 제품 수송망이 안전한지 전사적으로 분석 중이다.

 

영국 맥주업체 SAB밀러는 '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폭염 등으로 수원(水源)이 마르거나 수질이 악화될 것에 대비해 콜롬비아의 생수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수원 지역의 삼림을 보호하기 위해 펀드를 조성했다.

 

커피업체 네스프레소는 커피콩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날씨가 커피콩의 수확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네스프레소는 'AAA 지속가능 품질 프로그램'이란 명칭으로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지에 투자해 커피생산에 좋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 날씨 변화에 울고 웃어

 

코카콜라는 기후변화에 대비,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코카콜라는 전세계 900여개 생산공장에서 인근 지역 수원으로부터의 물 공급 안정성과 위험도를 평가하고, 물 부족 사태 등에 대비해 10여년 전부터 수원지 확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공장의 물 사용 효율성을 높이는데에도 주력했다. 지난 2012년 코카콜라의 물 사용 효율성은 2004년에 비해 21.4%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약 7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카콜라는 오는 2020년까지 물 사용 효율성 증가율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는 단순히 기후변화 리스크 해지 수준을 넘어 원가까지 절감 시키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무타르 켄트 코카콜라 회장은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가 21세기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로 새롭게 사업 기회를 잡은 기업들도 있다. 홍수, 가뭄으로부터 자원을 관리하거나 기상예측, 보험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 얘기다.

 

정수·폐수처리 업체처럼 부족한 수자원을 관리해주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공장 인근의 지하수 매장량과 강수량 변화를 분석, 향후 수자원을 얼마나 사용할 수 있을지 예측해준다. 물 재사용을 위한 폐수처리시설 업체도 호황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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