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강아지 라이언이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 화물칸에서 빠져나와 활주로를 뛰어다니다 인천공항 직원이 쏜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 출처: 아이클릭아트 |
라이언의 케이지를 제대로 잠그지 않은 항공사 직원의 작은 실수가 `개 죽음`으로 이어진 안타까운 사고였는데요. 항공사 측은 이후 라이언의 주인 웡존 묵다씨에게 사체를 건네면서 위로금 320달러(한화 약 37만원)을 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었음에도 형사 처벌을 받은 이는 없었는데요. 묵다씨에게 라이언은 '가족'이지만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등록 반려견 100만 시대, 국민 법감정과는 거리가 멀죠. 반려동물이 법적으로 어떻게 취급되는지 알아봤습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 prtsy201@ |
우선 민법 영역에서입니다. 민법은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관계를 규율하는데, 법적 주체를 단 두가지로 구분합니다. 인간 혹은 비인간(물건), 이렇게 이분법적 관점을 취하는 건데요. 반려동물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물건으로 취급됩니다.
하지만 민법상 제기된 소송에서 반려동물이 일반 물건과 똑같이 취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적으로는 물건이 맞지만 법원에서는 법감정 등을 두루 살펴 반려동물의 특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사례를 하나 보죠. 교통사고를 내 남의 차를 부순 데 대해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차의 수리비와 차값 중 덜 나가는 액수만큼 물어주는 선에서 판결이 나옵니다. 주인이 차를 특별히 아꼈더라도 이와 관련된 정신적 고통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자식'과도 같은 애착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배상금에는 주인이 강아지를 분양받을 때 치른 돈보다 훨씬 더 많은 치료비,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위자료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사회(국가)와 그 구성원 간 관계를 규율하는 형법은 어떨까요. 살인죄 적용 여부를 통해 살필 수 있는데요. 살인죄는 문자 그대로 사람(人)만을 대상으로 삼습니다.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됩니다. 동물을 '재물'로 보는 건데요. 형법상 손괴죄의 형량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살인죄(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견줘 훨씬 가볍습니다.
다만 손괴죄는 살인죄와 마찬가지로 친고죄·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경찰 등 수사기관이 의지에 따라 형사 처벌을 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직권으로 혐의를 물을 수 있고, 주인이 원치 않는다고 해도 처벌할 수 있는 겁니다.
주인만이 낼 수 있는 민사 소송과는 다르죠. 라이언 사건에서도 경찰은 묵다씨가 항공사와 공항 측을 고소하지 않은 것과 관계 없이 직권 조사에 나설 수 있었다는 의미인데요. 탑승객의 안전을 위해 규정을 따른 것으로 알려져 형사 사건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