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탬파 = 이학선] 미국 플로리다주 서부 75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향하다 탬파베이를 품고 있는 세인트피터즈버그로 방향을 틀면 총 길이 6.7㎞의 선샤인 스카이웨이가 나온다. 주탑(主塔) 꼭대기에서 뻗어나온 수십갈래의 금빛 케이블이 요트의 돛을 연상케하는 이 다리는 세계 10대 다리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명물이다. 이곳에서 차로 30분을 더 달려 터브먼이 운영하는 인터내셔널 플라자(International Plaza)에 도착했다.
▲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플라자(International Plaza). 맛집거리인 베이스트리트(Bay Street·사진 위)를 지나면 쇼핑몰(아래)이 나온다. |
인터내셔널 플라자는 연간 2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인 탬파에 자리잡고 있다. 등 뒤로 국제공항이 있는데다 반경 10㎞ 안에 플로리다주에서 가장 큰 항구인 탬파항을 끼고 있어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다. 쇼핑몰 자체가 객실 293개를 보유한 4성급호텔과 연결돼있다.
게리 맬프로이드 지배인은 "전체 고객 중 35%가 미국내 다른 지역이나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매출의 절반이 이들 관광객에게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티파니,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등 명품부터 라운드티 한장을 2.99달러에 판매하는 실속매장인 포에버21까지 200여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이 가운데 25%는 탬파 지역에 처음 선보인 브랜드다. 지난 5월말에는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 매장이 들어왔다.
특징적인 것은 매장배치가 들쑥날쑥하다는 점이다. 의류면 의류, 가전이면 가전 식으로 비슷한 상품군을 한데 모아놓은 게 아니라 고객의 나이와 성별, 취향 등에 따라 브랜드를 섞어놨다.
예를 들어 애플스토어는 더워킹컴퍼니라는 신발매장과 나란히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매장은 여성캐주얼 의류브랜드인 시코스와 붙어있다. 터브먼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한짝을 이룰 수도 있지만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신발이나 의류 브랜드와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본 셈이다. 이런 식으로 루이비통과 구찌 사이에 테슬라 매장이 있고, 시계나 보석을 취급하는 몽블랑은 화장품 브랜드를 옆에 끼고 있다.
터브먼의 독특한 매장배치로 인해 고객들은 숨은그림 찾기하듯 몰을 돌아다녀야 한다. 맬프로이드 지배인은 "몰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다보면 곳곳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며 "항상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반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터내셔널 플라자 내부 모습. 루이비통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뿐 아니라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 매장도 입점해있다. |
인터내셔널 플라자는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몰 입구에 해당하는 구역에 베이스트리트(Bay Street)라는 맛집거리를 조성했다. 치즈케이크팩토리, 캐피털그릴, 블루마티니, 더펍 등 12개의 대형 레스토랑과 맥줏집이 마을 형태로 모여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오후 9시에 문을 닫는 인터내셔널 플라자와 달리 이곳에 있는 맛집들은 오전 6시30분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열어 새벽 3시까지 영업한다.
베이스트리트는 독창적이고 색다른 분위기로 인터내셔널 플라자보다 더 유명세를 탔다. 쇼핑몰 안내책자에도 베이스트리트 음식사진이 주로 실려있다. 이곳을 지나 몰 내부로 들어가면 600여개의 좌석을 갖춘 푸드코트를 만날 수 있다. 쇼핑을 끝내고 나온 사람들이 햄버거나 피자 등을 즐겼다. 베이스트리트가 분위기를 내며 맛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면, 푸드코트는 쇼핑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데 적합하도록 꾸며졌다.
신세계그룹과 터브먼이 합작해 여는 스타필드 하남에서도 맛집은 핵심 집객시설이다. 스타필드에는 동서양의 음식을 야외 테라스에서 맛볼 수 있는 고메 스트리트(Gourmet Street)와 국내 최대규모의 푸드코트인 잇토피아(Eatopia)가 들어선다. 먹고 마시는 시설이 차지하는 면적만 1만224㎡(3100평)로 잠실주경기장의 잔디밭 면적(8198㎡)보다 넓다.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문화는 달라도 쇼핑은 다르지 않다"며 "미국에서 쇼핑과 식사, 엔터테인먼트 등 복합적인 쇼핑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듯 한국에서도 퓨전(fusion·융합) 방식이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