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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스타필드에 오점 남긴 터브먼 홍보

  • 2016.09.09(금) 16:10

잔칫날에 몇몇 언론만 따로 불러 CEO 간담회
항의 쏟아지자 "굳이 온다면야"..아마추어리즘

신세계그룹과 미국의 쇼핑몰 개발·운영회사인 터브먼이 총 1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하남에 지은 초대형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이 9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사전 개장행사에는 모두 24만명이 방문했다. 국내 최대 쇼핑몰, 최대 실내주차장, 가장 길고 넓은 천장 등 숱한 기록을 쓴 쇼핑몰인 만큼 언론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오전 9시30분 열린 그랜드오픈 기념식에는 신문·방송·인터넷신문 등 1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신세계그룹에선 정용진 부회장, 터브먼에선 로버트 터브먼 회장 등이 참석했다.

 

▲ 미국 터브먼사의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터브먼 회장이 9일 오전 스타필드 하남 그랜드오픈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잔칫날 터브먼이 보인 아마추어리즘이다.

터브먼은 스타필드 하남의 지분 49%를 보유한 곳이다. 스타필드 하남이 탁트인 시야를 위해 기둥을 없애고 하늘이 보이는 천장을 채택한 건 터브먼이 쇼핑몰 건축시 고수해온 철학 때문이었다.

터브먼 설립자 고(故) 알프레드 터브먼 회장은 신발바닥과 마찰열 때문에 쇼핑센터를 돌아다니는 고객들이 쉽게 피로해질 수 있다며 바닥에 카펫조차 깔지 못하게 했을 정도로 쇼핑몰에 대해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던 인물이다.

 

그가 생전에 가장 자랑스러워한 쇼핑몰인 미국 사라소타의 유니버시티 타운센터(UTC) 역시 스타필드 하남처럼 탁트인 시야와 하늘이 보이는 천장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날 기념식 현장에 모여있던 많은 기자들은 로버트 터브먼 회장이 10여개 언론사만 따로 불러 오전 11시부터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터브먼의 철학과 신세계와 협력관계, 앞으로의 투자계획 등이 궁금했던 기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안부르고, 그 기준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통신사 A기자)
"가도 되냐고 전화했더니 '굳이 온다는데 막을 순 없죠'라고 하더라. 홍보를 하겠다는 건지 안하겠다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경제지 B기자)


기자들 사이에선 이런 푸념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터브먼 관계자는 "언론에 전달할 새로운 메시지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래서 관심있는 기자들에게 오라고 했던 건데 홍보대행사를 거치면서 몇몇 매체만 부르는 식으로 된 것 같다. 미안하다"고 해명했다.

터브먼의 홍보를 맡은 곳은 '세계 최고의 PR에이전시'를 표방한 '에델만'이다. 전세계 30개국에서 홍보·마케팅·위기관리를 맡고 있으며, 한국에는 1993년 법인(에델만코리아)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일 몇몇 언론사에 보낸 간담회 초청장에서 서울과 하남 왕복구간을 택시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시행됐다면 ▲합리적 이유 없이 참석대상을 한정하고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교통편의를 제공한 것이라 법에 저촉될 수 있는 행위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이 하남의 자랑,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사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 어설픈 홍보전략으로 스타필드 하남은 첫인상 치고는 고약한 인상을 남겼다. 위기를 관리하고 소통을 업(業)으로 하는 곳이 달(소비자와 언론)을 보지 않고 손가락 끝(터브먼)만 바라보다 신세계와 터브먼이 5년간 준비한 사업에 오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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