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국내 위스키 시장 침체현상이 매출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윈저', '조니워커' 등을 판매하는 위스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가 지난해(6월 회계법인)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최근 8년 실적 중 최악이다. 그나마 두 자리대 성장세를 유지한 '기네스' 맥주가 위안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실적 부진 속에서 배당 정책은 유지됐다.
4일 디아지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5년 회계연도(2015년7월~2016년6월) 매출은 342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2%(305억원) 줄었다. 매출은 2011년(4045억원)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로, 매출이 3500억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내실은 더 안 좋아졌다. 작년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2%(167억)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007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572억원으로 55.1% 급감했다. 2014년 관세환급액(497억원) 등으로 일시적으로 순이익이 증가한 것에 따른 기저효과다.
국내 1등 위스키 회사의 성적표에는 위스키 시장의 침체된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고속 성장하던 국내 위스키 시장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함께 얼어붙기 시작했다. 국내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290만 상자(750ml×12병)에서 지난해 170만 상자로 줄었다.
위스키의 주요 소비시장인 유흥주점 업계가 쇠퇴하고, '폭탄주' 문화가 '양폭(양주·맥주 폭탄)'에서 '소폭(소주·맥주 폭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 달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위스키 업계 전망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디아지오의 국내 위스키 점유율은 유지되고 있지만, 전체 시장이 줄면서 실적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적부진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원인도 한 몫 했다. 국내 주류 시장에 저도주 바람이 불면서, 위스키 시장에도 순한 위스키가 인기를 끌었다. 알코올 도수 36.5도의 골든블루 매출은 2011년 146억원에서 지난해 1141억원으로 5년 새 약 8배 성장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지난해 35도짜리 양주 '윈저 더블유 아이스'를 출시했지만, 골든블루의 성장세를 꺾지 못하고 있다.
▲ 디아지오코리아 제품들. |
디아지오코리아의 위스키는 고전했지만, 맥주 '기네스'는 고속 성장하고 있다. '기네스'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수입하는 아일랜드 흑맥주다. 최근 국내에 수입맥주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네스'는 매년 실적이 향상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네스는 5년째 매년 두 자리수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해 1354억원을 배당했다. 배당금은 디아지오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디아지오 아틀란틱(Diageo Atlantic)B.V.에 지급됐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10년간 관세청과 세금분쟁으로 2011~2013년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14년(1919억원)부터 배당을 재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관세청과 세금분쟁으로 5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배당규모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