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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노리카, 매출 2000억 무너졌다

  • 2017.10.17(화) 12:47

작년 매출 1965억…2002년 이후 최저
"위축되는 국내 위스키시장 씁쓸한 단면"

'위스키 제국' 페르노리카 한국법인 연 매출 2000억원대가 무너졌다. 2003년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최저 실적이다. 국내 위스키 소비가 줄고 토종 저도 위스키 골든블루가 급성장하면서 페르노리카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페르노리카 한국법인 2곳(페르노리카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2016년 회계연도(2016년7월~2017년6월) 매출은 총 1965억원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967억원,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 998억원이다. 두 회사 매출은 2015년보다 12.6%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319억원으로 2015년보다 73% 증가했다. 2015년에 반영된 희망퇴직 퇴직금 비용이 사라진 기저효과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페르노리카 한국법인 매출이 1000억원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렌타인', '로얄살루트' 등을 수입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2000년 로컬 위스키 진로발렌타인스(현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를 인수하며 국내 1위에 올라섰다. 페르노리카 한국법인이 처음으로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2002년 두 회사의 매출 합은 2421억원이었다. 이후 국내 위스키 열풍을 타고 매출은 2010년 3513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위스키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했다. 주류 문화가 '양폭(양주·맥주 폭탄주)'에서 '소폭(소주·맥주 폭탄주)'으로 바뀌면서 위스키를 찾는 이가 줄었다. 위스키 출고량은 2008년 284만 상자에서 지난해 167만 상자로 급감했다.


여기에 위스키 시장에도 저도주 바람이 불면서 페르노리카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토종 저도 위스키 골든블루 매출은 2011년 146억원에서 지난해 1489억원으로 5년만에 10배 넘게 성장했다. 반면 페르노리카 한국 법인 매출은 5년만에 1300억원 넘게 줄었다.


페르노리카의 충격이 더 큰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경쟁사인 글로벌 위스키 회사 디아지오코리아는 침체된 위스키시장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 매출도 감소추세지만, 여전히 3000억원대를 지켜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위스키의 신화였던 페르노리카가 매출이 1000억원대로 떨어졌다는 것 자체가 국내 위스키의 현실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페르노리카는 희망퇴직을 통해 선임급 직원이 나가고 그 자리를 연차가 낮은 직원이 채우면서 비용을 많이 아꼈다"고 덧붙였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위스키시장 자체가 감소하면서, 페르노리카 뿐 아니라 국내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신제품 35 바이 임페리얼 초기 반응이 좋고, 본사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시장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과 디아지오코리아는 한해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16년 회계연도에 572억원을 배당했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562억원으로 배당성향(배당액 ÷당기순이익)은 101.8%다. 배당규모는 2015년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배당금은 해외 본사(Diageo Atlantic B.V.)로 지급된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난해 115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6억원으로 배당성향은 91.2%다. 배당금은 전액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이얼 지분 100%를 가진 프랑스 지주회사(Allied Domecq)에 지급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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