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업체들이 시장 침체 장기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업계 3위 페르노리카코리아(이하 페르노리카)는 최근 임페리얼 브랜드의 영업·판매권을 매각하는 동시에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을 돌입했다.
임페리얼 판매권은 현재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이하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수장인 김일주 대표가 인수키로 했다. 김 대표가 국내 위스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만큼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 페르노리카, 임페리얼 판권 팔고 구조조정 돌입
페르노리카는 자사 위스키 브랜드 중 하나인 임페리얼의 판매권을 매각하고 발렌타인, 앱솔루트 등 글로벌 브랜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임페리얼은 지난 1994년 진로발렌타인스가 출시한 국내 최초 프리미엄 스카치위스키다. 지난 2000년에 글로벌 2위 위스키 제조사인 페르노리카가 인수했다.
임페리얼은 한때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윈저와 골든블루에 밀려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페르노리카는 국내 위스키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임페리얼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 작년부터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임페리얼. (사진=페르노리카코리아 제공.) |
페르노리카는 이와 함께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본격적인 구조조정이라는 분석이다.
페르노리카 측은 "보다 효율적인 조직과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며 "이번 조직 변화로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는 직원들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위스키 시장 침체 지속…김일주 대표, 임페리얼 살릴까
주목할 만한 점은 임페리얼의 영업·판매권을 인수하는 인물이 윌리엄그랜트앤선즈의 김일주 대표라는 점이다. 김 대표는 드링스인터내셔널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임페리얼의 판권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과연 임페리얼을 다시 살릴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두산씨그램과 진로발렌타인, 페르노리카, 골든블루 등 위스키 업체를 두루 거치면서 윈저를 시장 1위로 올려놓고 발렌타인을 국내에 들여오는 등의 여러 성과를 낸 '베테랑'으로 통한다.
▲ 김일주(가운데)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대표. |
전망은 엇갈린다. 김 대표가 그간 쌓아온 노하우로 임페리얼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위스키 시장 침체라는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동시에 존재한다.
한 위스키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나름 '성공 신화'를 써오긴 했지만 윌리엄그랜트앤선즈에서 내놓은 '그린자켓'의 경우 시장에서 존재감이 작아 성공했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과거 유흥업소에서 주로 소비되던 임페리얼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국내 위스키 업체들은 윈저나 골든블루, 임페리얼 등 그간 주력으로 판매하던 브랜드보다는 수입 맥주나 싱글몰트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는 올해 수입 맥주 라인업을 늘리고 싱글몰트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밝혔다. 골든블루도 맥주 시장에 진출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