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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롯데마트, 영업정지 급증...그룹 비상체제

  • 2017.03.06(월) 16:10

6일 하루에만 19곳 영업정지‥총 23곳
그룹차원 비상체제‥정부에 'SOS'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으로 중국으로부터 유무형의 보복을 당하고 있는 롯데가 서서히 대응태세를 갖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은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중국측의 보복조치가 심해지자 그룹 차원에서 본격적인 대응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적극적인 대응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가 한국과 중국 양국 정부간에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민간기업인 롯데가 직접 나서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이다. 대신 정부를 통해 롯데의 입장을 전달하고 이에 따른 중국의 반응에 따라 향후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 중국의 무차별 폭격

중국의 롯데에 대한 보복 강도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최근까지 롯데는 중국에서 운영중인 롯데마트 4곳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중국 당국은 6일 롯데마트 19곳에 대해서도 추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 현재 중국내 영업정지 상태인 롯데마트는 총 23곳으로 늘었다. 추가 영업정지 이유는 모두 소방법 위반이다.

문제는 앞으로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당국은 중국내 롯데마트 112곳 전부에 대해 소방 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추가 영업정지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측에서도 이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하면 중국내 롯데마트 사업을 접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중국 롯데마트 단동 완다점. 중국 당국은 현재 롯데마트에 대해 전반적인 소방점검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사진=중국 롯데마트 홈페이지)

이 뿐만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롯데제과의 요구르트 맛 사탕에서 금지된 첨가제가 적발됐다며 소각 조치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이 사건은 작년에 있었던 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국간 식품 첨가물 기준이 달라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이런 과거의 일들까지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롯데가 중국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은 롯데에 대해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롯데에 대한 보복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중국 현지 관계자는 "당국에서 구두 지시를 통해 롯데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제재를 가할 것이 있으면 적극 실행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교묘한 압박은 정부 당국간 사안까지로 확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3일 주형환 장관의 보아오 포럼 초청을 취소했다. 중국측은 주 장관이 참석키로 한 세션에 패널 확보 어려움이 있다며 일방적으로 주 장관의 초청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 일단 우리 정부에 'SOS'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 제공 발표 이후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왔다. 한국과 중국의 양국간 외교 문제인 만큼 롯데가 나서기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중국 내 '반(反) 롯데' 분위기가 확산되자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 현황 관련 대책회의'를 열었다. 롯데가 그룹 차원에서 이번 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5일 오후 4시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 주재로 주요 임원들이 참석해 중국관련 현안을 점검했다.

▲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은 최근 공식적으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첫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위기에 빠진 롯데가 더 이상 상황을 좌시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 회의를 통해 "롯데를 비롯한 중국 진출 기업의 피해와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해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키로 했다"며 "중국 전 주재원과 상시 대응체계를 갖추고 롯데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현지 고객들의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롯데그룹 해외 직원 6만여명중 중국 고용 인력이 2만명에 달하는 만큼 현지 직원의 정서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롯데그룹의 이같은 입장은 일단 정부에게 어려움을 호소하고 사태의 확산을 막아달라는 'SOS'를 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공식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록 정부를 통한 간접적인 항의지만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입장에서는 상황상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롯데가 내부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실시간 모니터링 돌입

롯데가 조금씩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이 생각보다 커져서다.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서는 롯데 제품 불매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LOTTE라는 상표가 붙은 제품을 구매하지 말자며 롯데가 중국에 선보이고 있는 제품 사진들을 모아서 올려 놓은 것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중국의 힘을 보여주자"면서 '반(反) 롯데' 정서를 확산시키는 주장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오는 15일 방영 예정인 중국 관영 TV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다. '완후이'는 매년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불량, 속임수 사실을 제보받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소재로 선택되면 큰 곤욕을 치를 만큼 중국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크다.

▲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롯데를 보이콧하자"는 내용의 주장들이 넘쳐나고 있다.(자료:웨이보)

최근 수년간은 주로 외국계 기업들이 선택됐다.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지난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논란이 됐었고 베이징현대 등도 중국 소비자의 불만 접수 건수가 늘어나는 사례로 보도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분위기상 이번 '완후이'에 롯데가 걸려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이같은 관측이 사실이라면 롯데의 중국 사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롯데는 1994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2개 계열사에 120여개 사업장, 2만6000여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백화점, 마트, 영화관 뿐만 아니라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의 '반(反) 롯데' 정서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룹 차원에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이후 '긴급대응체계'를 구성, 가동하고 있다. 중국 내 전 매장과 본사간의 핫라인을 구축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에 들어간 상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긴급대응체계를 통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중국측의 대응을 보고 그룹 차원에서도 추가적인 대응 방안을 준비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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