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돌이로 할까, 드럼으로 할까?"
'빨래 해방'을 꿈꾸는 주부들의 풀리지 않는 고민 중 하나가 세탁기의 종류다. 회원수 256만명의 '맘스홀릭베이비' 같은 인터넷카페에 들어가면 둘 중 어느 것이 좋은지 묻는 의견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식의 질문에 네티즌들은 자신의 경험담을 섞어가며 갑론을박을 벌인다.
이처럼 통돌이와 드럼으로 양분된 세탁기 시장의 구도가 깨지고 있다. 맨 먼저 나선 곳은 LG전자다. 지난 2015년 7월 통돌이와 드럼 두 대의 세탁기를 하나의 몸체에 담은 '트윈워시'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위는 드럼, 아래는 통돌이 세탁기가 따로 돌아가는 구조다.
삼성전자도 9일 통돌이와 드럼을 결합한 '플렉스워시'를 국내에 선보였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이 세탁기는 상하부 일체형 구조로 이뤄져있다. 트윈워시가 세탁기 두대를 위로 쌓아올린 것이라면 플렉스워시는 세탁기 한대를 통돌이와 드럼으로 나눈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이 때문에 트윈워시는 전원코드 2개, 급수호수 3개(온수는 드럼에만 공급), 조작부 2개로 각각 나뉘어있는데 비해 플렉스워시는 전원코드 1개, 급수호수 2개, 조작부 1개로 마치 하나의 세탁기처럼 구성돼있다.
▲ 통돌이와 드럼을 하나의 몸체에 담은 세탁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왼쪽은 LG전자의 '트윈워시', 오른쪽은 삼성전자의 '플렉스워시' |
통돌이와 드럼을 한데 모은 게 대단한 기술이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제조사들의 설명은 다르다. LG전자는 트윈워시를 개발하는데 무려 8년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유럽의 스포츠카 제조회사와 손잡고 플렉스워시를 내놨다. 두대의 세탁기가 같이 돌아가면 소음과 진동이 커지는데 이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 전무는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어려움이 있어 이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자동차회사의 도움을 받았다"며 "플렉스워시는 통돌이와 드럼을 같이 돌려도 일반적인 세탁기 한대보다 소음이나 진동이 작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투인원(2in1, 통돌이+드럼)' 제품을 개발한 것은 빨래를 여러번 하는 번거로움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선 빨래를 한번에 끝내지 않고 2~3차례 나눠 세탁기를 돌린다. 예를 들어 청바지와 속옷을 세탁기 안에 같이 넣어 돌리는 집은 많지 않다. 신생아를 둔 가정에선 아예 아이용 세탁기를 별도로 구매해 어른옷과 분리세탁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가 각국 세탁기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98%가 빨랫감을 분리해 세탁한다. 서로 다른 재질의 옷감이 섞여 의류가 상하거나 오염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분리세탁을 하면 시간이나 품이 많이 든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비좁은 공간에 세탁기를 2대 들여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내놓은 게 통돌이와 드럼을 하나의 몸체에 구현한 제품이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내놓은 플렉스워시는 LG전자의 트윈워시와 달리 통돌이가 위, 드럼이 아래에 있다. 트윈워시의 경우 소용량 빨래를 위해 통돌이를 돌리려면 허리를 굽혀야하는데 플렉스워시는 허리를 편 상태로 빨랫감을 넣거나 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드럼을 여는 둥그런 문에 별도의 창을 하나 달아 드럼세탁 도중 빨랫감이나 세제를 추가로 넣을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드럼세탁기는 문이 정면에 달려있어 세탁 도중 문을 열면 물과 빨랫감이 쏟아질 염려가 있다.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려고 드럼 문에 또하나의 창을 낸 것이다. 삼성전자의 '애드워시' 세탁기에 적용한 기술이다.
서병삼(사진)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플렉스워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세탁기의 진화를 이뤄낸 혁신적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진화로 글로벌 가전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