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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신상담'…해태 만두의 반격

  • 2017.03.10(금) 15:59

CJ에 빼앗긴 만두시장 1위 탈환 나서
1년간 연구 '고향만두 교자' 출시

해태제과가 냉동만두 시장 1위 재탈환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절치부심했다. 20여 년간 고수해왔던 만두의 모양도, 양도 모두 바꿨다. CJ제일제당에 빼앗긴 국내 냉동만두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 도투락 품은 해태 만두 전성시대

국내 냉동만두의 시작은 '도투락'이다. 1980년대 도투락은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냉동만두를 선보였다. 이후 여러 업체들이 냉동만두를 내놨지만 도투락의 아성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도투락도 고민이 있었다. 냉동 식품을 유통할 채널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손을 잡은 것이 해태다.

해태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만큼 유통망을 잘 갖추고 있었다. 양사는 생산은 도투락이 하고 유통은 해태가 맡는 식으로 손을 잡았다. 이후 도투락은 해태의 유통채널을 타고 급성장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도투락은 결국 부도가 났고 이를 해태가 인수했다.


해태는 도투락의 냉동만두 기술력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고향만두'다. 도투락의 기술력에 해태의 유통망이라는 날개를 달면서 '고향만두'는 국내 냉동만두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그 세월민 약 20여 년이다.

냉동만두 시장은 크게 네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교자만두, 군만두, 물만두, 왕만두다. 이 중 교자만두 시장이 가장 크다. 교자만두 시장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전체 만두 장 패권의 향방이 달려있다. 해태 '고향만두'의 교자만두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었다. 이것이 해태의 냉동만두 전성시대를 이끈 힘이었던 셈이다.

◇ 시장을 뒤집어 놓은 '비비고 왕교자'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었다. 그동안 해태에 밀려있었던 CJ제일제당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섰다. 교자만두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CJ제일제당이 내놓은 것이 바로 '비비고 왕교자'다. '비비고 왕교자'는 기존 교자만두의 틀을 깼다. 그리고 이것이 주효하면서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는 중량과 내용물을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그동안의 교자만두의 중량은 13g이었던 반면 '비비고 왕교자'는 35g이었다. 만두소도 잘게 다지는 것 대신 깍둑썰기를 채택해 재료 본연의 식감을 살려냈다. 늘 비슷한 교자만두에 길들여져 있던 소비자들에게 '비비고 왕교자'는 충격이었다.

▲ 자료 : 링크아즈텍(단위 : %)

2012년말 출시된 '비비고 왕교자'는 서서히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출시 첫해 교자만두 시장에서 24.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던 '비비고 왕교자'는 2014년 33.1%로 올라서더니 2015년에는 43.8%를 차지하면서 해태 '고향만두'를 제쳤다.

더불어 CJ제일제당의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도 함께 상승했다. 그동안 전체 냉동만두 시장에서 해태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CJ제일제당은 2014년을 기점으로 해태를 앞서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차이를 벌려 작년에는 전체 냉동만두 시장의 40% 이상을 가져갔다. 반면 해태의 점유율은 계속 하락해 17.6%까지 떨어졌다.

▲ 자료 : 링크아즈텍(단위 : %)

◇ 확 바뀐 '고향만두'의 반격

해태의 입장에서 '비비고 왕교자'의 등장은 재앙과도 같았다. 수십년간 지켜왔던 교자만두 시장은 물론 냉동만두 시장까지 내줘야했기 때문이다. 해태가 최근 '고향만두 교자'라는 신제품을 출시하며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시장을 재탈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해태는 지난 1년간 교자만두 연구에 집중했다. '비비고 왕교자'를 이기겠다는 신념 하나로 집중적으로 만두에 몰입했다. 최근 출시한 '고향만두 교자'는 그 연구의 산물이다. 우선 과거 오랜기간 고집했던 중량 13g을 포기했다. 대신 일본, 중국 등에서 인기있는 교자만두의 무게인 23g의 중량으로 결정했다.


수분 함유율을 높이고 모양도 한입에 들어갈 수 있도록 복 주머니 형태로 바꿨다. ‘고향만두 교자’의 수분함량은 30% 후반대로 기존 제품에 비해 월등히 높다.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고탄력 만두피도 채택했다. 만두소는 전통방식인 잘게 다지는 형식을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해태의 반격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CJ제일제당에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줬던 해태가 반격에 나선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CJ제일제당의 시장 장악력이 매우 공고한데다, 냉동만두 시장은 소비자들의 단일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유독 높은 곳이다.

해태가 신제품에 대한 마케팅력을 총동원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태가 만두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트렌드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 실패를 경험삼아 마케팅력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해태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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