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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는 사드보복에 '3.15 완후이' 동원할까

  • 2017.03.13(월) 16:42

3월15일 CCTV 소비자고발프로그램 이목 집중
"사드 보복 향방 읽을 가늠자"...롯데, 내용파악 전력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이 있었던 지난주말을 전후해 사드 보복과 관련, 중국 당국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읽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반(反) 롯데'  집회를 막거나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롯데마트 영업정지와 같은 롯데에 대한 추가 조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에게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롯데그룹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중국인 관광객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사드 보복은 끝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설사 숨고르기가 있다 하더라도 언제든 중국 당국의 '가시적인 조치'나 당국의 눈치를 살피는 이런저런 규제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국내 기업들이 현재 가장 주목하는건 3월15일이다. 중국 소비자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관영 CCTV의 프로그램이 오는 15일에 방영된다. 롯데가 이 프로그램의 아이템으로 등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롯데도 그룹 차원에서 내용 파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 외국기업 저격수 '완후이'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91년부터 매년 3월 15일 '3·15 완후이(晩會)'라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채널 2번을 통해 황금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두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CCTV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국가질량감독검역총국과 TF팀을 구성해 6개월 전부터 조사와 검증에 돌입한다.

'완후이'의 파급력은 크다. 완후이에서 거론된 기업들은 방송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대대적인 불매운동과 비판에 시달린다. 주가는 폭락하고 매출은 급감한다. 그만큼 중국 소비자들의 완후이에 대한 신뢰도는 높다. 중국내 많은 기업들이 매년 3월 15일에 긴장모드에 돌입하는 이유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문제는 최근 수년간 완후이의 대상이 대부분 외국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부터 작년까지 완후이의 주요 대상은 외국 기업들이었다. 애플은 물론 폭스바겐, 벤츠, 닛산 등과 같은 글로벌 자동차기업들과 니콘, KFC에 이르기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국내 기업으로는 금호타이어가 집중 포화를 맞아 큰 곤욕을 치렀다.

금호타이어의 사례는 완후이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2011년 완후이는 금호타이어에 대해 재활용 고무 사용량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2007년부터 4년간 중국내 타이어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완후이 보도 이후 금호타이어는 중국시장을 잃었다. 이후 완후이의 보도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음에도 금호타이어는 중국시장을 회복하지 못했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애플도 완후이 앞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2013년 완후이는 애플의 애프터 서비스를 문제 삼았다. 완후이 보도 이후 에플의 첫 대응은 뻣뻣했다. '유감'표명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러자 중국 언론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중국 정부도 칼을 뽑아들었다. 결국 팀 쿡 애플 CEO가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 롯데, '완후이'에 촉각

이번 완후이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롯데다. 만일 이번 완후이에서 롯데가 대상이 된다면, 그동안 중국 당국이 진행해왔던 보복 조치와는 강도나 후폭풍면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 발표 이후 중국내 롯데마트 점포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은 상태다. 롯데제과의 생산 공장도 가동이 중단됐다. 현재 파악된 피해규모만 약 5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해액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질 전망이다.

▲ 중국 CCTV의 '3·15 완후이' 방송 모습.

더욱 큰 문제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反) 롯데' 감정과 '반한(反韓) 감정'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롯데 제품을 사지 말자'는 궐기대회까지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뉴스' 등이 양산되면서 롯데와 한국에 대한 현지 감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완후이에서 롯데가 지목된다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중국 현지 법인들을 통해 완후이에 롯데가 지목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각종 라인을 통해 내용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롯데 관계자는 "현재 백방으로 여러 경로를 거쳐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현지 분위기나 주변 여건 등을 봤을때 포함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언제든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드 보복' 확대? 축소?

중국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도 이번 완후이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완후이에서 롯데를 지목해 때리기에 들어간다면 이는 곧 중국내 한국 기업들로 전선이 확대될 시그널이 될 수도 있어서다.

다만, 현지에서 롯데 때리기가 다소 소강상태인데다 중국 내부에서도 "롯데 때리기는 지나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오해로 인해 갈등이 커지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CCTV '3.15 완후이'가 롯데를 선택할 경우 '사드 보복을 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 당국이 '사드 보복'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완후이를 통한 롯데 때리기'에 나설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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