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정도 됐나? 작년말 사드 얘기 나오고부터 중국 손님들이 조금씩 줄더니 요즘은 정말 없어. 우리는 사먹는 사람 10명이면 7~8명은 중국 손님이거든. 내가 이거(닭꼬치 등 분식 요리) 준비하느라 새벽 4시에는 나오는데 오후 3~4시까지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봐도 돼. 오늘 아가씨(기자)가 첫 손님이야. 말 다했지 뭐." - 서울 명동 떡볶이 포장마차 사장
8일 오전 명동 거리. 취재를 위해 만난 9개 점포 상인들은 손님이 부쩍 줄었다며 한숨이다. 중국 '사드보복'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취재에 나섰지만, 명동 거리는 오전시간임을 감안해도 예상보다 더 한적했다.
▲ 오전 10시30분쯤 명동 거리. 사진/방글아 기자 |
화장품 매장인 아리따움 한 직원은 최근 매출이 반이나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매출이 400만원 나오던 것에서 지금은 절반 수준인 200만원에 불과하다"며 "봄맞이로 바빠야 하는 3월임에도 올해는 유독 안좋다"고 토로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중국어로 매장방문을 제안하던 이니스프리 매장 직원은 "오전에는 허탕을 치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매장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마스크팩 등 경품을 나눠주지만 경품만 받고 나가는 고객이 많아 어렵다"고 말했다.
사드발 찬바람은 화장품과 음식점만이 아니다. 중국어로 된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하는 명동지하상가의 약국, 중국 대사관 인근의 환전센터, 가방가게, 옷가게들도 마찬가지. 명동의 롯데 영플라자 건너편 길목에서부터 중국대사관 앞에 이르기까지 즐비한 환전소들은 대사관 앞 한곳을 제외하면 손님이 뜸했다.
▲ 명동 중국대사관 앞 환전센터에서 일부 관광객이 환전을 하고 있다. 사진/방글아 기자 |
환전센터 옆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우리 가게는) 상대적으로 일본인 고객의 비중이 큰 편이라 타격이 덜하다"면서도 "옆(중국대사관)에서 최근에 사드 문제로 시위가 있었고, 그 뒤로 분위기가 계속 나쁘다"고 전했다. 그는 "환전소에는 오전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열댓명씩 줄을 서곤 했는데 지금은 많아야 대여섯명 정도"라고 덧붙였다.
인근 또 다른 환전소 사장은 "하루 종일 해서 30명 오면 선방한 편"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5000원, 1만원의 소액 단위로 돈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전소 직원도 "고객은 하루 300명 정도로 비슷하다"면서도 "바꾸는 돈의 규모가 적어졌다. 20만원대 고객이 많았는데 지금은 5만원에서 10만원이 가장 흔하다"고 전했다.
한국 전통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의 사정은 더 나빴다. 중국의 사드보복이 '반한 감정'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한국 전통 제품을 사가는 중국인들이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매장을 운영하다 최근 점포를 내놓은 한 상점 주인은 "매장을 내놓은 건 한달이 채 안됐다"며 전통매장 대신 카페 등 다른 업태를 추천했다.
▲ 명동 지하상가로 이어지는 소공 지하상가에서 전통 기념품을 팔던 3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사진/ 방글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