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스키시장에서 판매 순위가 역전된 페르노리카코리아와 골든블루가 영업직원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골든블루에 2위 자리를 뺏긴 페르노리카코리아가 골든블루 영업사원들을 스카우트하면서다. 한때 국내 위스키업계를 이끈 페르노리카코리아가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 영업사원을 영입하자 업계는 위스키시장 경쟁판도가 바뀐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주목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골든블루 영업사원 5명가량이 페르노리카코리아로 이직했다.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이직이 잦지 않은 주류업계에서 한꺼번에 5명이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다. 대우도 파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페르노리카가 골든블루 대리급 직원을 팀장으로 데리고 갔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희망퇴직을 실시한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영업전력을 재정비하기 위해 영업사원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페르노리카코리아는 40여명이 희망퇴직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가 골든블루와 시장경쟁을 의식해 골든블루 영업사원들에 더 공을 들이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위스키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에서 최근 페르노리카코리아로 이직한 직원은 한명도 없다. 업계 4위 롯데주류 관계자는 "1~2명이 페르노리카로부터 제안은 받았지만 이직한 직원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골든블루는 최근 사내 인트라넷에 "타사 직원들을 만날 때 보고하고 만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며 내부 단속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페르노리카 관계자는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이 나가면서 최근 영업사원을 경력으로 뽑았다"며 "골든블루뿐 아니라 다른 주류회사 출신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경전은 글로벌 주류회사와 토종 위스키 업체의 상황이 역전됐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골든블루는 2009년 위스키를 출시하면서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 출신들을 대거 영입했다. 현재 골든블루의 박희준 마케팅 전무와 최강진 영업기획 상무도 페르노리카코리아 출신이다. 골든블루가 업계 2위까지 급성장하면서 골든블루 인력이 페르노리카로 스카우트되는 상황으로 역전된 셈이다.
국내 위스키시장에서 '윈저'를 앞세운 디아지오코리아와 오랜기간 선두경쟁을 벌였던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처지가 많이 달라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1994년 국내에 임페리얼을 선보이며 국내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업계 2위 자리를 골든블루에 내줬다. 매출이 급감한 페르노리카코리아는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본사도 강남에서 서울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