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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스타벅스·올리브영 도플갱어?

  • 2017.10.11(수) 11:01

성장 과정 닮은 꼴
1999년 1호점 오픈…2016년 매출 1조
직영점 중심-20~30대 공략-"문화를 팝니다"

지난해 나란히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은 닮은 점이 많다. 커피(스타벅스)와 헬스·뷰티스토어(올리브영)로 서로 영역은 다르지만 비슷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두 회사는 1999년 같은해에 1호점을 오픈했고, 지난해 동시에 매출 1조원을 넘겼다.

 

주요 소비자층도 20~30대 여성이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목 좋은 곳에 입점하니 '스타벅스 옆에 올리브영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권이 겹치기도 한다. 단순히 물건만을 팔지 않는다는 전략도 비슷하다. 스타벅스는 '공간을 판다'는 전략으로, 올리브영은 '유행 놀이터'라는 콘셉트로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 1999년 1호점과 사회적 '눈총'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이 1호점을 낸 때는 1999년이다. 그해 7월 스타벅스는 이화여대 앞에, 석달 뒤 올리브영은 신사동에 각각 첫 매장을 오픈했다. 두 1호점은 그 자리에서 지금까지 영업중이다. 공교롭게 운영주체는 범삼성가였다. 올리브영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손자인 이재현 회장의 CJ제일제당이, 스타벅스는 이 회장의 외손자인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가 각각 도입했다.

신세계는 1997년 미국 스타벅스와 합작사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합작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올리브영 합작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리브영은 CJ제일제당 사내 사업부에서 시작됐고, 독립법인이 된 것은 2002년 CJ와 네덜란드 멀그레이브(Mulgrave)가 합작사 씨제이올리브영을 설립하면서부터다. 하지만 2008년 멀그레이브는 지분을 정리하고 떠났고, 씨제이올리브영은 CJ그룹 IT계열사와 합병하면서 현재는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로 운영되고 있다.

1999년만 해도 약과 화장품을 함께 파는 드럭스토어와 비싼 아메리카노를 파는 커피전문점은 생소했다. 시장 초기 논란도 일었다. 약과 생필품을 함께 파는 드럭스토어는 약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올리브영 1호점에 들어선 약국은 약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오픈 한달여 만에 문을 닫았다. 스타벅스는 '된장녀' 역풍을 맞았다.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여성들을 비판한 논란이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


◇ 20016년 매출 1조원과 신선한 충격

지난해 올리브영과 스타벅스는 나란히 매출 1조원을 넘겼다. 매출 1조원 돌파에 17년이 걸렸다. 두 곳의 '1조 클럽' 가입은 '더는 성장할 곳이 없다'는 회의론에 빠진 기업들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국내 식품업계중 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21곳에 불과할 정도로 1조원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몇년전부터 커피와 화장품시장은 이미 포화됐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스타벅스와 올리브영 성장엔 가속도가 붙으며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2010년 이후 두 회사는 급성장했다. 스타벅스는 1호점 오픈 10년만인 2009년에야 매출 2000억원을 넘길 정도로 초반 성장속도는 더뎠다. 가속도가 붙은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2011년 2982억원, 2012년 3910억원, 2013년 4822억원, 2014년 6171억원, 2015년 7739억원 등 매출 증가세는 가팔랐다. 올리브영 성장은 더 극적이다. 2010년 1348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6년이 지난 지난해 1조127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출은 593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3% 늘며 반기 매출 6000억원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상반기 올리브영 운영법인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매출 8848억원으로 작년동기대비 33.4% 증가했다. 이중 IT사업부분을 제외한 70% 가량이 올리브영 매출로 추산된다.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이 반기 매출 6000억 안팎을 기록한 것이다.

◇ 직영점 중심, 20~30대 공략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은 주요 상권 길목마다 매장을 내며 시장을 선점해 나갔다. 1999년 1호점 오픈 이후 2010년 매장수가 91개에 불과했던 올리브영은 그 이듬해부터 몸집을 불렸다. 2011년 152개, 2012년 270개, 2013년 375개, 2014년 417개, 2015년 552개 등 매년 앞자리를 바꿨다. 특히 2016년 매장수는 800개로 한해에만 248개를 늘렸다. 스타벅스 매장수도 2010년 327개에서 지난해 1000개로 6년만에 3배 넘게 늘었다. 후발주자에 커다란 진입장벽이다.

특히 두 회사는 직영점 중심으로 점포를 확장하면서 더디지만 내실있는 성장세를 이뤘다. 카페베네 등 커피전문점이 가맹점을 통해 단기간 내에 매장 확장에는 성공했지만 무절제한 가맹점 개설과 가맹점 관리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반면 100% 직영점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는 본사 차원은 통합적인 상권분석을 통해 주요 상권을 선점했고,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피했다. 올리브영도 매장의 80% 가량을 직영점으로 운영하며 주요 상권을 장악했다.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의 주요 고객은 20~30대다. CJ에 따르면 올리브영 고객의 90%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이중 대부분이 여성고객이다. 스타벅스도 젊은고객의 충성도가 두텁다. 스타벅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오더(Siren Order)를 사용하는 이용객의 86%가 20~30대다.

 

▲ 올리브영 매장에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

◇ "문화를 팔자"..눈치 보지 않는 고객들

가장 큰 성장비결은 제품 판매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1호점 오픈부터 약사들의 반발에 부딪힌 올리브영은 영국의 부츠와 홍콩의 왓슨스 등과 같은 드럭스토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접는다. 대신 화장품 등 뷰티사업을 강화했다. 매장 콘셉트도 드럭스토어에서 헬스·뷰티스토어로 바꿨다. 올 상반기 화장품 등을 포함한 뷰티케어 매출 비중이 56%에 이른다.

특히 2012년 올리브영은 운영철학으로 '트렌드 플레이그라운드(유행 놀이터)'를 내세우면서 매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화장품을 사지 않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매장을 꾸몄다. '화장품은 백번 보는 것보다 한번 써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매장에 접목한 것이다. 손님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점원이 고객에 접근해 구매를 권유하지도 않았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백화점처럼 점원이 손님에게 달라붙으면 고객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매장에서 화장품을 사지 않고 맘껏 체험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스타벅스는 국내 진출 초기부터 '커피가 아닌 문화와 공간을 판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타벅스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달리 자리를 오래 차지하고 있는 손님에게 눈치를 주지 않는다. 최근엔 스타벅스커피 간판에서 '커피' 글자를 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문화공간"이라며 "집과 학교, 직장에 이은 제3의 공간으로 음식을 즐기며 편히 공부하고 휴식하고 미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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