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맥주공장 매각을 공표한 것은 작년 9월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1년 오비맥주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후 지금껏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소주는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업계 추산으로 현재 하이트진로의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40%대입니다. 독보적이죠.
문제는 맥주입니다. 그동안 제품 리뉴얼, 알코올 도수 조정 등의 조치를 단행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도 "맥주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온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이후에도 상황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롯데가 맥주시장에 뛰어든 데다 수입맥주의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면서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정 비용은 늘고 판매는 늘지 않으니 하이트진로로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작년까지 최근 4년간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부문 적자는 약 10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맥주공장 매각입니다. 하이트진로로서는 그야말로 고육지책이었던 셈입니다.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하이트진로가 맥주공장 매각을 발표하면서 어느 공장을 매각하겠다고 못 박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하이트진로는 홍천과 전주, 마산에 맥주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트진로가 매각 대상 공장을 특정하지 않은 이유는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심산이었을 겁니다.
하이트진로가 맥주공장 매각을 발표하자 이곳저곳에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업체들과 사모펀드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무학이었습니다. 무학은 부산·경남지역의 소주 업체입니다. 한때 부산·경남지역에서 '좋은데이'를 앞세워 전체 소주 시장에서 3~4위에 오르기도 했었죠.
▲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
하지만 최근 들어 무학은 텃밭인 부산·경남 지역에서 경쟁사인 대선주조에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무학은 하이트진로의 마산공장을 인수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무학이 하이트진로의 마산공장을 인수한다면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은 물론 부산·경남 지역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로서는 무학의 관심이 그다지 탐탁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수세에 몰린 무학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일종의 '간보기'를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무학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마산공장 인수에 관심을 표명한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 이후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하이트진로가 맥주사업 부진으로 공장을 내놓은 만큼 보다 싼 값에 공장을 인수하려다 하이트진로가 "저가 매각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매각 협상이 깨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옵니다.
상황이 지지부진하자 하이트진로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계속 맥주공장 매각을 진행하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마침 지방을 중심으로 소주 판매량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데다 해외 진출도 순조로웠던 만큼 발상의 전환을 꾀합니다. 바로 마산 맥주공장에 소주 생산설비를 들여놓기로 한 겁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이천과 청주, 익산에 소주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동률은 100%입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덕분입니다. 이천공장의 경우 설비가 모자라 공장 내 소주 생산라인을 2층으로 구성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마산 맥주공장 매각보다는 소주 라인 증설이 여러모로 이득인 셈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라인 증설에 따른 부담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이트진로가 매년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큰 항목이 설비 투자입니다. 매년 수백억원씩 투자합니다. 소주 판매량이 늘고 있는 만큼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생각입니다. 마산공장에 소주 생산 라인이 깔리게 되면 다른 공장에 걸린 부하도 줄이고, 공급 측면에서도 숨통을 틀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전략 수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비록 맥주사업의 축소는 불가피하겠지만 강점인 소주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만원에 12캔' 전략이 통하면서 발포주인 '필라이트'가 선전하고 있어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하이트진로의 역발상이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합니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라인 증설에 따른 부담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이트진로가 매년 지출하는 비용 중 가장 큰 항목이 설비 투자입니다. 매년 수백억원씩 투자합니다. 소주 판매량이 늘고 있는 만큼 '잘 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생각입니다. 마산공장에 소주 생산 라인이 깔리게 되면 다른 공장에 걸린 부하도 줄이고, 공급 측면에서도 숨통을 틀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전략 수정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비록 맥주사업의 축소는 불가피하겠지만 강점인 소주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만원에 12캔' 전략이 통하면서 발포주인 '필라이트'가 선전하고 있어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상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하이트진로의 역발상이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