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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밤엔 편의점도 쉬고 싶다

  • 2018.02.27(화) 10:31

편의점 심야영업 제한 시간대 '6시간 확대'
'편의점주 부담 과연 줄어들까' 논란 여전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의 심야영업 제한 시간대를 기존 5시간에서 6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편의점주들은 내년부터 직전 3개월간 영업 손실이 나면 본사의 심사를 거쳐 6시간 동안 심야영업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기존엔 직전 6개월간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 한해 오전 1시에서 6시까지 5시간만 영업을 중단할 수 있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이런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요. 직전 3개월간 영업 손실이 발생할 경우 오전 12~7시 혹은 오전 1~8시 등 7시간 동안 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초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이 안은 편의점 본사와 일부 점주들의 반발을 불렀습니다. 오전 7~8시의 경우 매출이 많은 출근 시간대인데 어느 점주가 이때 문을 닫겠냐며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였다는 지적입니다.


◇ 내년부터 편의점 심야영업 '6시간 중단' 가능


그러자 공정위는 초안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방안은 점주가 오전 12~6시나 1~6시 중 하나를 선택해 쉴 수 있게 하는 방안입니다. 심야영업 중단을 위해 인정받는 영업손실 구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이는 방안은 원안대로 통과했습니다.

이 방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공정위의 제도 개선으로 심야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주들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손실이 뻔히 보이는데도 6개월간 기다려야 했던 불편이 어느 정도 해소됐고, 필요한 경우 한 시간가량 더 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 여전한 24시간 영업…서울 시내 93% 달해

최근 서울시가 시내 951명의 점주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편의점은 전체의 7%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전체 점주 중 62%는 심야영업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쉬지 못하는 점주들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편의점주들이 24시간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거론됩니다. 우선 심야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본사에 더 많은 로얄티를 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24시간 영업을 하면 전체 매출 이익 중 30%만 본사에 주면 되는데 심야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35%를 줘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업체들의 점포 늘리기 전략으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점도 점주들이 '쉬지 못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심야영업을 포기할 경우 소비자들이 인근 다른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게 돼 결국 전체 매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겁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이 바뀌지 않는 한 점주들이 '어쩔 수 없이' 24시간 영업하는 관행 역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서울 시민 71% "편의점 심야 휴무 찬성"

사실 기존 제도도 많이 개선된 겁니다. 과거 편의점주들은 무조건 24시간 영업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13년 편의점주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면서 '편의점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현재 제도가 만들어진 겁니다.

편의점 본사들은 여전히 24시간 영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편의점이면 당연히 24시간 영업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인 만큼 심야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프렌차이즈라는 특성상 점주 마음대로 문을 열고 닫으면 슈퍼마켓과 다를 게 없지 않냐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장이긴 합니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볼 여지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심야시간 자율휴무제에 대해 응답자의 71.4%가 찬성했습니다. 응답자들은 그러면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약국과 같은 '순번제 영업'이나 편의점 영업시간 정보제공 앱 개발 등을 대안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대안을 마련한다면 자율휴무제를 해도 괜찮다는 소비자들이 예상보다 많은 겁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적지 않은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부담감을 안고 하루하루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정위의 제도 개선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정부와 편의점 업체들이 함께 논의해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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