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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스 수박' 베끼기 논란…업계 시각은

  • 2018.05.28(월) 15:59

식품업계, 일반적인 과일맛 활용 미투 마케팅 평가
해태제과 "자체 기술 적용…허위 사실엔 법적 대응"

해태제과가 여름을 앞두고 최근 선보인 '오예스 수박'이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식품벤처인 SFC바이오가 '오예스 수박'이 자사 '수박통통'을 베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와 함께 소송까지 예고하면서다.
 
다만 실제 소송까지 가더라도 SFC바이오가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과일맛을 섞은 제품이 흔한 데다 그간 비슷한 분쟁에서 오리지널 기업이 승소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해태제과는 소송이 아직 접수되진 않았지만 SFC바이오의 주장에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해 별도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 SFC바이오 "중소기업 상품 대기업이 싹쓸이"
 
이번 사건은 김종국 SFC바이오 회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해태제과를 저격하면서 비롯됐다. 김 회장은 지난 24일 자사의 '수박통통 '과 해테제과의 '오예스 수박' 제품이 함께 담긴 사진을 게재하면서 "해태가 유사품을 냈다. 중소기업의 기술·상품 개발을 대기업이 싹쓸어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가 동반성장위원회 출신"이라며 "부도덕한 대기업이 이 정도인 걸 알아달라"며 호소했다. 2013~2015년 동반위 사무총장을 지낸 김 회장은 2015년 10월 임기를 8개월가량 앞두고 대기업 고액 강연료 등 비위 논란이 불거지면서 총장직을 중도 사퇴했다.
 
당시 중소기업청 감사 결과 김 총장이 경제적인 이득은 취하지 않았지만 업무 처리 규정과 절차를 어긴 것으로 드러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9년 4월 설립된 식품벤처 SFC바이오는 지난 2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의 파트너사로 지정된 기업이다. 한국식품연구원과 손잡고 수박에서 항산화 물질인 라이코펜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8월 '수박통통'을 선보였다.
 
▲ 출처=김종국 SFC바이오 회장 페이스북
 
◇ 해태제과 "기술탈취 주장 허위…법적 대응 검토"
 
해태제과는 김 회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기술탈취와 같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선 별도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오예스 수박'과 '수박통통'은 제품 자체는 물론 적용된 기술도 다르다"면서 "수분 함량을 놓고 볼 때 수박통통은 파이지만 오예스는 케이크고, 적용된 기술 또한 수박통통엔 추출기술이, 오예스엔 농축기술이 쓰였다"고 지적했다.
 
해태제과는 지난 23일 여름 한정판으로 '오예스 수박'을 출시했다. 해태제과는 "1년여간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수박의 원물을 사용했다"면서 "오예스가 국내 과자 중 가장 높은 수분(20%)을 함유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해태제과는 오히려 SFC바이오의 상표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수박통통' 상품명의 일부인 '통통' 브랜드가 해태제과의 대표 브랜드라는 설명이다. 해태제과는 '허니통통'과 '매콤통통'을 비롯해 10여개의 통통 라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 "과일맛 일반적…탈취 증명 못 하면 승소 어려워"
 
식품업계에선 업계 내 관행인 미투 마케팅의 일환일 가능성이 큰 만큼 해태제과의 잘못을 가리기가 쉽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일맛은 기업마다 마케팅 차원에서 '메가 브랜드' 제품의 한정판으로 발매하는 경우가 흔하다. 오리온의 '후레쉬베리 복숭아&요거트'와 '초코파이 딸기', 크라운제과의 '아이스하임 바나나초코썬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제품이 나오더라도 오리지널 기업이 승소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빙그레가 바나나맛우유를 베껴 만든 바나나맛젤리를 상대로 승소한 경우만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바나나맛우유의 경우 1974년 출시돼 40년 넘게 한결같은 외관을 지킨 점이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과일처럼 일반적인 맛을 개발해 만든 제품에 대해 독점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데다 포장 또한 양사 모두 일반적인 상식 수준에서 상상할 수 있는 형태"라며 "기술탈취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법원으로 가더라도 이기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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