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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BAT코리아의 '신박한' 가격 인상법

  • 2018.07.24(화) 17:08

'글로 시리즈2' 출시와 동시에 전용담배 가격 인상
직접적 가격 인상에 따른 저항 방지…'꼼수' 지적도

 
BAT코리아가 새로운 궐련형 전자담배인 '글로(glo) 시리즈2'를 선보였습니다. BAT코리아는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코스가 시장을 선점한 데다 후발주자였던 KT&G '릴(lil)'의 공세에 밀려 큰 빛을 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작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져간 곳은 한국필립모리스로 약 80%를 차지했습니다. 그 뒤를 BAT코리아가 15%, KT&G가 5%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한국필립모리스가 70%, KT&G가 20%, BAT코리아는 1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BAT코리아는 글로 시리즈2를 통해 반전을 모색할 생각입니다. 그럼 글로 시리즈2는 기존 '글로'와 비교해서 얼마나 변화했을까요? 사실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외관 디자인이 세련되게 바뀌었다는 정도가 변화일 듯싶습니다. 물론 세세하게 변화된 사항은 있습니다.

우선 완전 충전 시 사용 횟수가 늘어났습니다. 글로는 20회였던 반면 글로 시리즈2는 30회입니다. 충전 방식도 다변화했습니다. 글로의 경우 USB케이블을 통한 충전만 가능했지만 글로 시리즈2는 USB케이블은 물론 직접 콘센트에 꽂아 충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BAT코리아는 디자인 변경을 통해 그립감이 좋아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손에 쥐어보니 글로보다는 좀 더 편하게 쥘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로 시리즈2 출시의 핵심은 전용 담배인 '네오(NEO)'입니다. BAT코리아는 총 6가지 맛의 네오를 출시했습니다. 글로의 전용 담배인 '네오스틱'도 6가지 맛이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좀 다릅니다. 좀 더 깊고 풍부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다크 토바코+'와 '부스트+'를 추가했습니다. '+'를 붙여 강한 맛을 강조했습니다. 부스트+의 경우 캡슐이 들어있습니다. '스위치'도 캡슐을 넣었습니다.
 
▲ 매튜 쥬에리(Matthieu Juery) BAT코리아 대표.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BAT코리아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무척 강조했습니다. 매튜 쥬에리(Matthieu Juery) BAT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BAT에게 있어 대단히 중요한 시장"이라며 "BAT의 최첨단 기술과 제조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이 경남 사천 공장이고, 차세대 첨단 기술이 한국에서 탄생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혁신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BAT코리아는 글로 시리즈2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맨 처음 공개했습니다. 그만큼 BAT에게 한국이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한국 시장에서 BAT코리아는 '신박한' 가격 정책을 내놨습니다. 바로 전용담배인 네오의 가격입니다. BAT코리아는 네오의 가격을 45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이미 판매되고 있는 다른 경쟁사들과 같은 가격입니다.

사실 BAT코리아는 그동안 글로의 전용담배인 네오스틱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한국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 전용담배인 '히츠'의 가격을 4500원으로 인상하고, KT&G가 릴의 전용담배인 '핏'의 가격을 4500원으로 올렸을 때도 BAT코리아만큼은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습니다. 경쟁업체들은 정부의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율 인상을 이유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BAT코리아도 결국 가격 인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BAT코리아는 네오스틱의 가격을 4300원으로 동결했습니다. 아마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경쟁사들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까지 인상한다면 판매가 더욱 부진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랬던 BAT코리아가 슬그머니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가격 인상에 나선 겁니다. 그 힌트는 BAT코리아의 설명에 있습니다. BAT코리아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네오스틱을 신제품인 네오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AT코리아가 새로 선보인 네오는 글로 시리즈2 전용이 아닙니다. 기존에 판매한 글로에도 호환이 됩니다. 글로를 사용하건, 글로 시리즈2를 사용하건 상관없이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은 담뱃값 인상에 무척 민감합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이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할 당시에도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반 궐련형 담배 가격이 2000원대에서 4000원대로 치솟았을 때는 더욱 심했습니다. BAT코리아는 이런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놓고 가격을 인상했다가는 가뜩이나 수세에 몰려있는 현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것을 우려한 셈입니다.

그래서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슬그머니 가격을 올린 겁니다. 소비자들이 신제품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적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글로 시리즈2는 기존의 글로와 기능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사용하기에 글로나 글로 시리즈2나 큰 변화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원표에서도 글로와 글로 시리즈2 사이의 큰 차이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BAT코리아가 그동안 가격 인상을 두고 고심하다가 신제품 출시라는 모멘텀을 만들어 슬그머니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마케팅 기법으로 보인다"면서 "신제품이라는 점을 앞세워 가격 인상의 당위성을 확보하려고 한 것 같다. 일종의 꼼수가 아니겠냐"고 밝혔습니다.

BAT코리아는 오는 30일부터 글로 시리즈2를 시판할 예정입니다. 4300원인 네오스틱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4500원 네오가 자리하게 될 겁니다. 매우 완만하면서도 점진적인 가격 인상 방법입니다. 소비자들은 그사이 시나브로 4500원 네오에 적응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도 점점 낮아지겠지요. 이것이 아마 BAT코리아가 원하는 베스트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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