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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법 제정 앞두고 노동자 처우 개선 '화두'

  • 2019.07.16(화) 17:09

정부 "택배법 제정…택배기사 권익 향상 추진"
노조 "처우개선 제대로" vs "특수성 고려해야"

지난 11일 참여연대에서 열린 '생활물류서비스법 관련 택배기사 요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투쟁본부)

정부가 올해 택배와 배달대행업을 지원하는 '생활물류서비스법(택배법)' 제정을 예고한 가운데 해당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논의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는 그간 제도적 근거가 없어 보호가 어려웠던 택배기사와 이륜차 배달 기사에 대한 권익향상 방안을 추진한다고 예고했고, 이에 택배 노조도 적극적으로 여론 조성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법 제정을 통해 택배업이 제조업의 보조 산업에서 벗어나 중추 서비스산업으로 인정받게 된 만큼 근로 조건 역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택배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획기적인 근로 조건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택배노조 "8월 16일 택배 없는 날로"…여론 조성 박차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5일부터 택배노동자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다. 15일 수원역과 경남도청, CJ대한통운 남광주지점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었고, 16일에는 울산에서, 오는 20일에는 대구 수성터미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특히 "택배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직종"이라며 "오는 8월 16일을 택배 없는 날로 만들어달라"라고 주장했다. 여름휴가 기간인 만큼 택배 물량이 평소보다 절반 수준으로 줄기 때문에 1~2일가량 배송 지연을 양해해준다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4년 KGB택배가 사전 협의를 통해 택배기사의 여름휴가를 보장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택배업계는 '현실성이 없다'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통상 택배 노동자들의 휴일은 대리점과 소속 기사 간 협의를 통해 정하기 때문에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이 기간 소비자들의 불만과 민원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택배사 관계자는 "택배 배송업의 특성상 대부분 택배기사가 개인 배송 일정 등에 따라 휴가를 정하고 있는데, 일괄 휴무일을 정하자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라며 "정부의 택배법 제정에 맞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제스처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에 앞서 지난 9일에는 서울 강서구의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원들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배달 노동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과 배달대행업체 '배달은형제들'이 건당 3500원의 배달료 지급에 합의한 것.

노사는 "최근 배달업체의 경쟁 속에서 배달료가 2000원 중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적정 수준의 요금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택배업체 "택배기사는 개인사업자…특수성 고려해야"

택배 및 배달대행업 노동자들이 최근 근무 여건 개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 정부가 최근 '택배법' 제정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물류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물류산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우선 '생활물류서비스 발전법'을 만들어 택배와 배송대행업의 법적 근거를 만들기로 했다. 택배업은 등록제, 배송대행업은 인증제를 도입하고, 택배업체에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방안을 포함했다.

국토부는 특히 택배기사와 택배분류 노동자, 이륜차 배달기사의 권익향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계약관계인 모든 기사의 운송계약 갱신 청구권을 기존에는 관행상 1년 단위로 했는데, 앞으로는 3년 수준으로 하기로 했다. 또 택배사·배송대행사의 안전관리 준수 의무를 강화하고,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표준계약서 사용을 권장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에 택배노조 측은 새로 제정될 법에 포함돼야 할 내용으로 ▲총칙에 종사자 처우개선 문구 포함 ▲휴식 시간 및 공간 제공 ▲고용안정 보장 ▲표준계약서에 수수료 기준 명시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업체들은 이런 식의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택배산업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다른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 기사의 경우 일반적인 고용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택배 업체들의 경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물류 산업 혁신방안을 살펴보면 우려만큼 실질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택배 종사자의 처우개선 방안은 외형 경쟁에 제동을 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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