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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암 치료 논란에 선 개 구충제

  • 2019.11.15(금) 17:32

환자들 우후죽순 자체 임상에 '펜벤다졸' 품귀현상
환자, '기생충 약=항암제' 잘못된 인식 경계해야
정부, 국내외 전문가 통해 합리적 경고 나설 필요

미국에서 한 폐암 말기 환자가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했다는 유튜브 동영상이 국내에 퍼지면서 이슈다. 폐암 4기인 개그맨 김철민 씨가 직접 개 구충제 복용을 해보겠다고 나섰고 다수 암 환자들의 복용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국내에선 펜벤다졸 제품의 품귀현상까지 벌어지면서 해외 직구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암 환자들의 개 구충제 복용이 확산하면서 식약처는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지 않았다며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를 들었다. 펜벤다졸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투여했을 때 혈액이나 신경, 간 등에 심각한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작용은 강력한 항암 치료에서도 일부 나타나는 부작용들이다.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펜벤다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의약품은 동물실험(전임상)을 거쳐 일반인 대상 임상1상, 환자 대상 임상2상과 3상을 진행해 모두 성공해야 시판할 수 있다. 펜벤다졸은 동물실험만 진행했을 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는 없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항종양 효과가 나타나긴 했지만 간 종양을 촉진하는 상반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 누구도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사태가 떠오른다. 과거 국내 한 한의사가 온라인 카페를 통해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퍼뜨리면서 많은 엄마와 아이들이 고통받았다. 오히려 질환이 악화된 사례가 다수 쏟아지면서 나오면서 결국 카페는 폐쇄됐고 해당 한의사는 징역형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웨이크필드라는 의사가 지난 1998년 홍역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잘못된 논문을 발표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백신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률이 80% 미만으로 떨어졌고, 결국 유럽 전역에 홍역이 급속히 퍼졌다.

증명되지 않은 의약품의 위험성도 마찬가지다. 일부 암 환자들은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통해 충분히 완치될 수 있음에도 개 구충제에 의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부 역시 여러 방면으로 환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암 환자들은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스스로 임상 대상을 자처하면서 불길로 뛰어들고 있다. 다른 질환의 경우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겠지만 하루하루 죽음과 싸우는 말기 암 환자들에겐 '부작용 위험' 운운하는 건 사실 아무 의미도 없다. 다만 '기생충 약=항암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펜벤다졸의 품귀현상이 이어지면서 암 환자들 사이에선 비슷한 기생충 약을 공유하면서 복용하려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국내‧외 관련 논문과 의‧약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국내 암 환자들이 합리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고용량 장기복용이 위험하다면 과연 고용량은 얼마만큼인지 또 얼마나 오랜 기간 복용해야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상세히 알려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

최근 해외 직구사이트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펜벤다졸 동영상 시초인 조 디펜스가 함께 복용한 건강기능 식품들도 다수 쏟아지고 있다. 환자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이러한 건강기능 식품에 대한 관리‧감독도 더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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