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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대형마트 안되는데 이케아·명품숍 된다니

  • 2020.05.21(목) 10:09

재난지원금, 국내 대기업 역차별+모호한 기준 논란

로나19 사태와 함께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오히려 치솟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식 대응법을 칭찬하고 연구하면서 구체적인 정책 설계와 진단키트 지원 등 실제적인 도움을 요청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 정책은 무작정 칭찬하긴 어렵습니다. '공돈'을 준다는 데 마다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막상 쓰려고 보니 문제가 한둘이 아닙니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사용처입니다. 당초 정부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유흥업종, 온라인 전자 상거래, 대형전자 판매점 등에선 사용이 안 된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지원금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구멍이 큽니다. 이케아 등 외국계 기업, 명품 로드숍 등에선 사용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케아 같은 글로벌 공룡기업은 놔두고 국내 대기업만 역차별하고 있다는 지적도 피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이케아와 일부 기업형 슈퍼마켓, 하나로마트, 스타벅스, 명품로드숍 등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케아는 대표적인 글로벌 공룡기업으로 국내 가구시장을 잠식하고 있는데도 재난지원금 사용을 막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최근 가구협회에서 "이케아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을 막아달라"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기준도 제각각입니다.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인 롯데슈퍼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사용이 안 되지만 GS더프레시와 이마트 노브랜드에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에선 쓸 수 있지만 지방은 또 안됩니다. 백화점에서 샤넬가방을 사는 데 보탤 수는 없지만 청담동 샤넬 로드숍에서는 가능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나름 이유는 있었을 겁니다. 이케아는 유통산업발전법상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있어 금지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케아의 전시품 가운데 가구는 40%에 불과하고, 식료품과 주방용품 등 다른 품목들도 모두 취급하고 있어 대형마트와 다를 바 없습니다. 덩치도 글로벌 대기업입니다. 재난지원금을 설계할 때 동네 가구점만 보고 이케아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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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더프레시와 이마트 노브랜드는 이유 없는 특혜를 받았습니다. 두 곳은 각각 대형 유통업체인 GS리테일과 이마트에서 운영 중인 기업형 수퍼마켓(SSM)인 만큼 원칙대로면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GS더프레시의 경우 관련 대형마트가 없고 가맹점 비율이 높다는 데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그렇다면 이마트 노브랜드가 설명이 안됩니다. 이마트 노브랜드는 전국 240여 매장 중 200여 곳이 직영이고 가맹점은 40곳 정도에 불과하다. 

두 곳 모두 재난지원금 이전에 지급된 코로나19 아동돌봄쿠폰의 사용처였습니다. 행정안전부가 큰 고민 없이 이 기준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행안부는 카드업계에 GS더프레시와 이마트 노브랜드를 사용처에서 빼라는 지침을 전달했다가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안내가 나간 데다 신용카드 사용처를 바꾸면 기존 아이돌봄쿠폰 사용처도 수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결국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명품숍도 문제입니다. 사실 명품숍은 직접적으로 재난지원금을 금지한 업종이 아닙니다. 대부분이 백화점에 있다보니 사용이 안 되는 겁니다.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은 로드숍 형태의 명품숍은 사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스타벅스는 조금 복잡합니다. 스타벅스는 글로벌 기업인 데다 국내법인인 스타벅스코리아 역시 대기업인 신세계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다만 커피전문점은 사용처 제한 대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가능/불가능이 갈린다는 점입니다.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는 되고 지방에 있는 스타벅스는 안됩니다. 본사 소재지 직영점은 재난지원금을 사용이 가능해 본사가 서울에 있는 스타벅스는 서울 전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KTX승차권은 코레일 본사가 있는 대전시민만, SRT승차권은 본사가 있는 서울시민만 가능합니다.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본사 위치에 따라 나눠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저 사용자만 헷갈리고 불편할 뿐입니다. 돈을 쓸 때 해당 가게의 본사 위치와 해당 업종 분류까지 알고 돈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안부는 뒤늦게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 18일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하며 "형평성 논란을 알고 있으며, 개별 가맹점을 넣고 빼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안내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사용한 경우가 많아 사용처를 다시 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결제한 내역을 취소하기도 어렵고, 어제까지 되던걸 오늘부터 막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행안부에 따르면 18일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금액은 총 8조 9121억원에 달합니다. 전체 14조 2448억원의 예산 중 62.6%가 이미 집행됐습니다. 14조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 집행을 너무 허술하게 처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겁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방역에 대해선 아낌없이 점수를 주고 싶지만 행안부의 재난지원금 처리는 감점 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윤종인 행정안전부 장관은 "(논란에 대해) 이런 부분들이 국민께서 생각하시는 일반적인 감정과 어떻게 배치되는지 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도 재난지원금을 처음 지급하다 보니 의도와 달리 실수가 생길 수 있어 양해를 부탁한다"라고 당부했습니다.

결국 재난지원금 사용처의 형평성 논란을 일부에 국한된 문제로 보고 있다는 건데요. '이게 다 기분 탓'이라는 윤 장관의 말에 동의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양해는 할 수 있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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