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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코로나 사태로 본 쿠팡 물류시스템 분석

  • 2020.06.12(금) 17:47

이마트, 마켓컬리 물류시스템과 비교 분석

당일배송 또는 익일 새벽배송으로 유명한 쿠팡 로켓배송. 평소 편리하게만 이용했던 로켓배송 시스템이 코로나 사태 이후 궁금해졌다. 

도대체 로켓배송 시스템이 어떠하길래 코로나 사태 초반 대면접촉을 극도로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줬고,  코로나 사태 중반 물류센터 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연쇄 확진 사례를 초래했을까.

6월11일 기준 쿠팡 물류센터 관련 코로나 19 확진자는 물류센터 근무자 83명과 가족 및 동료 등 N차감염 접촉자 63명 등 총 146명이다. 관련 확진자는 최근에도 일 1∼2명씩 나오고 있다. 

경쟁사에서는 쿠팡 물류센터 운용방식이 코로나 19와 같은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도 쿠팡과 이마트(SSG), 마켓컬리의 물류센터를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이마트가 (코로나 확산 방지에)안전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쿠팡의 물류 시스템은 뭐가 다를까 살펴봤다. 

◇물류센터 감염은 시스템 아닌 방역 문제

먼저 쿠팡의 첫 감염을 쿠팡의 물류시스템과 연관 짓기는 어렵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첫 확진자는 가족의 돌잔치 참석차 한 뷔페식당을 방문한 뒤 10대 아들과 함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돌잔치에서는 한 코인노래방에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프리랜서 사진기사 겸 택시기사가 사진촬영을 담당했다. 해당 택시기사가 방문한 코인노래방은 이태원 클럽 등을 방문한 뒤 코로나 19에 감염된 인천 학원강사의 제자가 방문한 곳이다.

해당 학원강사는 본인이 강사라는 사실을 숨기고 거짓동선을 진술해 방역망을 큰 구멍을 냈다. 이에 따라 쿠팡의 첫 확진자는 코로나 19의 능동 감시 대상자도 아니었다. 본인이 감염됐으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한 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근무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물류센터에 코로나 19가 크게 확산된 것이다.

첫 확진자 이후 추가 확진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물류센터 근무자 간 방역수칙을 제대로 못 지켰다는 책임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방역의 문제지 물류 시스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랜덤스토우 방식, 다품종·대량주문 신속처리 가능

쿠팡의 물류 시스템은 랜덤스토우(Random Stow) 방식이다.

랜덤스토우 방식의 물류처리는 세계 최대의 물류와 유통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아마존에서 시작됐다. 랜덤스토우는 물류를 보관한 장소가 곧 출고 장소가 된다. 품목별로 보관 장소가 지정되어 있어 그 위치까지 상품을 이동시켜 보관해야 했던 기존 물류센터보다 효율적이다. 

첫 입고 시 상품을 어디에 보관할지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판단한다. 상품의 입출고 시점, 주문 빈도, 물품 특성 등에 따라 인공지능이 그때그때 상품을 보관할 위치를 정해준다. 한 물건이 여러 군데 있을 수도 있다. 모양만 보면 물건들이 무작위(Random)로 집어넣는(Stow)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배치한 물류의 진가는 출고 시 발휘된다.

미리 출고동선을 예측해 물건을 두니 출고작업이 매우 빨라진다. 출고 작업자는 인공지능이 지정한 최적화된 경로를 따라서 움직이며 물건을 집어 배송기사에게 넘겨주게 된다. 배송기사가 트럭에 물건을 싣는 위치도 인공지능이 정해준다. 최종 배달 시 동선을 줄이기 위해서다.

랜덤스토우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다. 쿠팡은 랜덤스토우 방식을 통해 한국에 당일배송과 새벽배송 시대를 열었다. 기존의 물류시스템으로는 꿈도 꾸기 어려웠던 서비스다. 

이마트나 마켓컬리 등도 새벽배송을 하고 있지만 쿠팡과는 규모가 다르다. 이마트는 약 6만개, 마켓컬리는 1만개 수준의 SKU(Stock Keeping Unit·재고관리단위)를 처리하지만 쿠팡은 600만개 가량의 SKU를 물류에서 다룬다. 쿠팡의 배송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만 매일 100만 가구다. 결과적으로 코로나 사태에도 사재기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랜덤스토우 방식이 아니었다면 코로나 19의 확산이 더 심각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동선이 최적화되면서 작업자끼리 마주치고 정체되는 경우가 적기 때문이다.

쿠팡이 최대규모 물류센터인 고양 물류센터와 서울과 수도권 서부 지역을 담당하는 부천물류센터가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음에도 당일배송과 새벽배송이 가능했던 것도 랜덤스토우 방식의 공이 크다. 각 물건마다 정해진 위치가 있는 기존의 물류방식이라면 새로운 물건을 위한 자리배정이 어려웠겠지만, 랜덤스토우 방식의 물류센터는 빈자리를 찾아 넣기가 편하다.

쿠팡 관계자는 "다른 업체의 물류시스템과 비교해 우위와 열위를 나누는 것은 업체별로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며 "경쟁사 대비 100배나 많은 상품들을 분류하고 처리하기 위해서 랜덤스토우는 최적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DPS', 신선식품·소품종·대량주문 처리에 유리

쿠팡과 달리 적은 인력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이마트의 물류센터는 DPS(Digital Picking System) 방식을 쓴다. 이 방식은 물류센터의 자동화 설비 중 가장 일반적인 시스템이다. 

쿠팡과는 달리 물건이 입고하는 정해진 위치가 있다. 셔틀과 크레인 등의 자동출고장치가 물류센터 내부에서 작동되면서 상품을 자동으로 집어 출고작업자에게 가져다준다. 장비가 상품을 작업자에게 가져다 주는 방식(Goods to Person)이다 보니 필요한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기계가 일을 하니 속도도 빠르다.

자동화와 속도라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쿠팡과 같은 다종(多種)을 다루는 물류센터가 사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제품 주문량이 많은 것은 처리가 가능하지만 제품 종류가 너무 많아지면 DPS 구성 자체가 어렵다.

또 초기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물류센터 부지를 임대해 사용하는 쿠팡 입장에서는 도입이 쉽지 않다. 반면 상품의 종류는 비교적 적으면서 신선식품 비중이 높아 근로자가 물류센터 내부에서 일하기 힘든 이마트 입장에서는 최적의 물류방식이라는 평가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쓱닷컴의 자동물류센터 '네오003'의 경우 DPS 시스템을 극대화해 운영하는 곳이다. 제품을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기도 한다. 네오003에는 329㎡(약 100평) 규모의 베이킹센터가 있다. 여기서 생산된 빵은 DPS시스템을 통해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어디선가에서 빵을 만들어와 보관했다가 출고해야 하는 다른 물류센터에 비해 신선도가 뛰어나다.

마켓컬리의 경우 DAS(Digital Assorting System) 라는 방식의 물류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이마트의 DPS는 각 물건이 따로 출고작업자에게 전달되지만, DAS는 작업자가 직접 돌아다녀야 한다. 각 물건이 위치한 부스에서 담아야 할 물건의 수량이 표시되며 그것만큼 담으면 제품의 분배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낱개 피킹에 유리하며 품목이 늘어나도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 주문량이 많다면 담기가 어려워 처리가 힘들어진다. 주로 장바구니수준의 주문이 들어오는 마켓컬리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자동화 설비나 인공지능 등이 필요하지 않아 투자 대비 효과가 가장 좋다는 평가다.

한 물류센터 관계자는 "쿠팡이 랜덤스토우 방식의 물류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덕분에 코로나 19 사태에도 다른 선진국에서 하지 못하는 전국 단위의 신속한 배송이 가능한 것"이라며 "그 혜택을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나 이마트, 마켓컬리 등은 각자의 특성에 맞게 각자의 물류방식을 선택해 운용하는 것이지 어디가 더 좋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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