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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도 썼던 '뿌리는 살균제' 유해성 논란

  • 2020.07.06(월) 16:40

어린이용 살균제‧칫솔 제품엔 금지성분인 '차아염소산'
정부, 살균소독 효과 인정…흡입시 인체 유해성 우려
전문가들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가능…화학물질은 폐 손상 위험"

쿠팡이 스프레이형 살균제에 대한 뒤늦은 대응으로 논란인 가운데 이번에는 해당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까지 우려되고 있다.

해당 살균제 제품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살균소독 효과를 인정한 ‘차아염소산’이라는 성분의 화학약품이다. 국내 안전기준 적합 확인을 받은 자가소독용 살균제 중 하나다.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건물 입구에 비치돼 있거나 일반 가정에서도 다수 사용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진행 중인 제품이다.

◇ 살균소독 효과는 '인정'인체 안전성은 '글쎄'

정부는 ‘차아염소산’ 제품의 살균소독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인체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차아염소산’을 경구독성 물질로 지정하고 어린이용 살균제 및 칫솔과 혀크리너용 제품에 함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어 중앙방역대책본부도 지난 4월 분사하는 살균제 소독방법에 대해 "감염원 에어로졸 발생·흡입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고 흡입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주의를 상기시킨 바 있다. 차아염소산의 살균소독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인체 유해성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차아염소산의 유해성에 대해 다룬 논문도 다수 발표된 바 있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호중구의 유전자 변이와 차아염소산(Genotoxic effects of neutrophils and hypochlorous acid)’ 논문을 통해 차아염소산이 DNA 손상을 유도하고 폐 세포의 변이원성을 가져와 폐암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해 벨기에 루벤 카톨릭대 교수팀이 발표한 ‘기도 장벽이 손상한 쥐의 차아염소산으로 인한 자극성 천식(Irritant-induced asthma to hypochlorite in mice due to impairment of the airway barrier)’ 논문에서도 기도 장벽이 손상된 상태에서 차아염소산 흡입시 폐 손상 및 자극성 천식(IIA)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호흡 통해 유입시 폐 손상 우려가습기 살균제’와 유사?

이들 논문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11년 불거졌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유사하다. 가습기 살균제 역시 인체에 무해하다고 홍보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 질환을 유발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후 모든 스프레이형 제품에 두 성분의 사용이 금지됐다. CMIT와 MIT 역시 차아염소산과 마찬가지로 미생물이나 세균 번식을 막는 화학물질이다.

▲쿠팡이 배송 제품에 살균제를 뿌리는 살균소독 프로세스를 시행해오다 이달초 돌연 해당 제품의 사용을 중지시켰다. [사진자료=쿠팡]

이들 성분은 피부독성에 대한 안전성은 확인됐지만 호흡기로 흡입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없었다.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국내에서 원인 불명 폐 손상으로 영유아 36명을 포함한 78명이 사망하면서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차아염소산도 앞선 논문에서 세포와 동물 실험을 통해 폐 손상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호흡을 통해 흡입했을 때 인체 독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은 없다. ‘차아염소산’ 성분의 살균제 제품들이 홍보하는 인체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안전한 화학물질 없다사용상 주의사항 준수해야"

실제 쿠팡에서 사용한 스프레이형 ‘차아염소산’ 살균제는 인터넷에서 무독성과 무자극으로 피부나 눈에 자극이 없다고 홍보, 판매하고 있다. 어디에도 마스크 착용 후 분사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쿠팡은 쿠팡맨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제품 분사시 직접 흡입했을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일반 건물이나 상점에 비치된 살균제의 경우 '손 소독용'이라는 문구만 붙어있을 뿐 사용상 주의사항은 찾아보기 어렵다.

'차아염소산'은 보건당국으로부터 안전기준 적합확인을 받은 살균제다. 그러나 사용법을 정확히 지키지 않고 사용할 경우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승준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산소 등 공기 외에 어떠한 화학물질이든지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들어갈 경우 폐 손상을 가져올 수 있어 물에 희석했다고 해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라며 "살균소독 효과도 뿌리는 것보다 천에 뿌린 후 닦아내거나 바르는 제형이 더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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