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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쿠팡맨+○○=쿠친'

  • 2020.08.05(수) 09:31

2014년 등장한 '쿠팡맨'…50명에서 1만명으로 200배↑
'쿠팡친구'로 명칭 변경…"고객에게 친구처럼 다가갈 것"

[사진=쿠팡 제공]

"신랑보다 친절한 서비스", "감성 배송"

지난 2014년 잔잔하던 국내 배송 시장에 작은 돌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이 돌이 수년 뒤 유통 업계를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 것이라는 예상을 한 이는 없었습니다. 적어도 2~3일을 기다리는 게 당연했던 택배 배송은 이후 익일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으로 진화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바로 쿠팡의 '로켓배송'과 '쿠팡맨' 이야기입니다.

2014년은 쿠팡이 전담 배송인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해입니다. 앞서 쿠팡은 2012년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한 뒤 택배업체들과 손잡고 '당일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속도와 서비스 품질을 구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택배는 '민원'이 많기로 유명한 서비스 중 하나였습니다. 쿠팡 배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때까지는 그랬습니다.

고민을 거듭하던 쿠팡은 자체 배송 인력 확대가 답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국내 온라인 유통 업계에서 배송 직원을 내부 직원으로 채용하고 자가 차량으로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한 사례는 없었습니다. 쿠팡이 최초였습니다. 마침 당시 쿠팡은 세계적인 투자기관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았습니다.배송 인력을 확대할 여력이 생긴 겁니다. 이것이 '쿠팡맨'의 탄생 스토리입니다. 

쿠팡맨이 유명해진 것은 단순히 쿠팡이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해서가 아닙니다. 이들이 화제가 된 것은 이른바 '감동 서비스' 때문이었습니다. 물건에 손편지를 함께 남기거나, 고객이 부재중일 때는 배송한 상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줬습니다. 지금껏 택배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서비스였습니다. 파급효과는 컸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쿠팡맨에 감동했다는 사연이 넘쳐나기 시작한겁니다.

소비자들은 배송 상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거나 문자 메시지에 손편지까지 남겨주는 쿠팡맨에 환호했습니다. 쿠팡맨의 감성 배송은 지금의 쿠팡을 있게한 밑거름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쿠팡의 승부수는 적중했습니다. 쿠팡의 연간 매출액은 '쿠팡맨'을 확대하기 시작한 2014년 3484억 원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매출액은 무려 1조 1337억 원으로 네 배 가까이 뜁니다. 이후에도 급성장하면서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7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쿠팡은 국내 온라인 유통 업계의 대표주자로 우뚝 섰습니다.

쿠팡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은 '로켓배송'으로 여겨집니다. 그날 주문하면 다음 날 바로 받아볼 수 있는 로켓배송은 택배가 일상화한 지금도 획기적이면서 편리한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로켓배송은 전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간 쿠팡은 수조원을 들여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구매한 물건을 빠른 속도로 배송 차량에 실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물류 인프라를 아무리 확장해도 소비자에게 물품을 전달한 건 결국 쿠팡맨이었습니다.

쿠팡의 매출이 급속도로 증가한 만큼 쿠팡맨 역시 빠르게 늘었습니다. 쿠팡에 따르면 쿠팡맨은 지난 2014년 50명에서 올해 7월 말 1만 명까지 증가했다고 합니다. 쿠팡맨의 규모가 6년 만에 무려 200배로 커진 겁니다.

얼마 전 쿠팡은 이 '쿠팡맨'의 명칭을 '쿠친(쿠팡친구)'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친구'라는 이름처럼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특히 최근 여성 배송 인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성별의 구분이 없는 '친구'를 공식 명칭으로 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에 따르면 현재 150여 명의 여성 배송 인력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1만 번째 쿠팡 배송직원을 여성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사진=쿠팡 제공]

이제 쿠팡맨의 '감동 스토리'는 옛날 일이 돼버렸습니다. '쿠팡맨'이 하루에 배송해야 하는 물량이 늘다 보니 한 건 한 건 세심하게 신경 써주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배송의 '속도'에 감동하는 사람들이 늘었을지는 몰라도 '세심함'에 감동하기는 어려워진 겁니다.

'쿠팡맨'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소비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킨 화제의 인물로 주목받으면서 자부심도 컸습니다. 고객들의 칭찬에 더욱 열심히 뛰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제는 쿠팡맨의 노동 조건이 열악하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배송해야 하는 물량이 워낙 많아서입니다. 얼마 전에는 쿠팡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로 밝혀지면서 쿠팡맨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이 배송 직원들의 이름을 '쿠팡친구'로 바꾼 겁니다. 아마도 이름을 변경한 것은 다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감동을 주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는 선언일 뿐입니다. 반드시 감동이 따라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그들을 친구로 여기지 않을 겁니다. 소비자들은 아직도 쿠팡맨들이 줬던 감동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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