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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쿠팡이 잘한 일은 왜 쉽게 묻혔을까

  • 2020.07.24(금) 16:31

빠른배송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일조 찬사
소비자 궁금증 설명 늦어지면서 비판받아
기업내부 정보공유 원할히 하며 대외신뢰 높여야

이례적으로 코로나19라는 한 주제를 두고 '덕분'이라는 칭찬과 '때문'이라는 원망을 같이 듣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쿠팡입니다. 

다양한 생필품을 신속하게 배송해주는 쿠팡 '덕분'에 안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었다는 감사인사가 많습니다. 쿠팡맨과 쿠팡 플렉서들의 노고 '덕분'이라는 칭찬도 쏟아집니다. 반면 쿠팡은 물류센터의 집단감염을 효율적으로 막지 못했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 일부분 책임이 있다는 원망도 듣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빠른 배송 서비스는 쿠팡만 하지는 않습니다. 물류센터에서의 집단감염도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왜 언론이슈의 중심에 섰을까요. 

쿠팡의 다소 느리고 제한된 정보공개 방식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쿠팡은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5월 23일 이후에도 다른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정상 출근시켰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이에 대해 초반 함구했습니다. 쿠팡이 대외적으로 입을 연 것은 그로부터 20여 일이 지난 6월 18일입니다. 쿠팡은 사실과 다르며 당국의 지시에 충실했다는 공식 해명을 내놨습니다.

만일 의혹 발생 당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이런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 6월 2일 쿠팡의 천안 물류센터에서 한 식당 종업원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소식을 접한 일부 사람들은 쿠팡의 잘못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사실 쿠팡은 해당 식당의 운영과 상관이 없습니다. 식당은 D기업이 운영했습니다. 쿠팡은 억울했을 겁니다. 그런데 쿠팡은 이번에도 사건 발생 1개월이 지난 이달 8일에야 공식적으로 해당 식당의 운영 주체가 D기업이라고 알립니다. 역시 아쉬운 대목입니다. 

코로나 19 집단감염 발생 초기의 대응도 마찬가지입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처음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온 것은 지난 5월 25일 입니다. 다수 언론이 쿠팡의 확진자 발생 소식을 비중있게 전했습니다. 하지만 쿠팡의 공식 입장은 확진자 발생 3일 뒤인 5월 28일에야 나왔습니다.

쿠팡이 로켓배송 상품을 배송하기 전 살균소독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가 일주일 만에 취소했던 일도 있습니다. 취소한 이유에 대해 쿠팡은 "효과적인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왜'에 대한 대답은 부족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정보 칸막이가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원인의 한 부분으로 '기업문화'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쿠팡은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LLC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입니다. 최고 경영진인 김범석 대표, 알베르토 포르나로 CFO, 마이클 파커 CAO 등 주요 임원진도 외국 국적자 입니다.

일반적으로 유한회사 형태의 외국계 기업의 경우 자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정보에 대해서는 잘 공개하지 않습니다. 정보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도 높고 광범위합니다. 한국의 소비자 눈 높이와 다릅니다.

쿠팡의 이같은 전략이 기업의 평판관리에 성공적 일까요.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의 병원을 중심으로 '쏘리웍스'(SorryWorks)라는 운동이 일었습니다. 그 이전 미국의 병원들은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부인하고 방어하는 전략(deny and defend)을 주로 썼습니다.

하지만 쏘리웍스에 참여하는 병원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는 전략을 쓰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의료사고를 완전하게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부인과 방어, 그리고 이어지는 소송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이게 맞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쏘리웍스에 참여한 미시간대학의 통계에 따르면 환자 측 소송건수는 지난 2001년 262건에서 쏘리웍스 참여 뒤 2007년 83건으로 줄었습니다. 소송기간도 20.3개월에서 8개월로 줄었고 소송 한 건당 들어가는 평균비용은 61% 감소했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믿음'입니다. 미시간대학이 의료사고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면 사람들이 그대로 믿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미시간 지역 변호사들은 미시간대학이 어떤 의료사고에 대해 조사 결과 책임이 없다고 하면 소송을 꺼릴 정도가 됐습니다. 

쿠팡의 내부 방침에 대해 왈가왈부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그 방법이 한국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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