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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남아돌아도 우윳값 오르는 이유

  • 2020.07.08(수) 11:19

낙농가에 유리한 원유가격 연동제
코로나 19로 무너진 수요 반영 안돼
치즈·분유·빵 원가 줄지어 상승 우려

시장이 안정되려면 수요와 공급이 만나 적절한 가격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장이 있습니다. 논란이 많은 우유 시장도 그렇습니다.

최근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열고 원유(原乳) 수매 가격 추가 협상을 7월 21일까지 진행하기로 의결했습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수요측' 우유업계와 '공급측' 낙농가입니다. 이들은 지난 7일 원유 기본가격조정협상위원회 회의를 열고 원유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앞서 양 업계는 원유 가격을 두고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여왔습니다.

상반기 중 원유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지난 6월 한 달 동안 다섯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낙농가는 당연히 올리자는 입장인 반면 유업계는 코로나 19 등의 영향으로 우유가 팔리지 않는다며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우유가격은 2013년 8월 구제역 파동으로 사정이 어려웠던 낙농가를 돕기 위해 도입한 원유가격 연동제라는 정책을 통해 결정됩니다. 우유 생산비 증감분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우유회사가 낙농가에서 사들이는 원유가격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원유 기본가격은 매년 5월 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의 10% 범위에서 정합니다. 우유 생산비 증감률이 ±4% 이상일 경우에는 그해 협상을 시행하고, 증감률이 ±4% 미만이면 2년마다 협상이 이뤄집니다. 지난해에는 우유 생산비가 전년 대비 2.0% 올랐다고 합니다.

원유기본가격의 산출공식은 기본적으로 전년의 원유기본가격에 협상가격을 '더해서' 산출됩니다. 

복잡한 공식을 적용한 결과 올해는 원유기본가격 1ℓ당 926원에 21~26원의 가격을 두고 협상을 벌입니다. 1ℓ당 최저 947원에서 최대 956원이 협상범위입니다.

문제는 이 협상범위를 정하는 데에는 원유의 수요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우유의 공급이 가장 최우선됩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도무지 내려가지 않습니다. 

국내 25개 우유업체는 시장에서 우유가 얼마나 많이 팔릴지와는 상관없이 할당된 원유를 연동제 통해 결정된 가격에 구입해야 합니다.

낙농가는 우유생산비가 올라 걱정이라면서도 생산량을 늘려왔습니다. 특히 올해 들어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5600t를 하회하던 일일 원유생산량이 올해 1월에는 5687t로 늘었습니다. 연중 원유생산이 가장 많은 4월에는 하루에 6095t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6006t이었습니다. 

낙농가에서 원유 생산량을 늘리다 보니 지난 5월부터 낙농진흥회 원유수급 경보단계는 '주의단계'를 기록 중입니다. 원유 생산량은 늘었는데 코로나 19 등의 여파로 급식우유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월 동안 하루에 713t의 원유가 재고로 쌓였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1.4%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수요가 뻔히 악화되고 있는데 공급을 늘린 낙농가를 두고 유업계는 섭섭함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원유가격 연동제 덕분에 원유를 모두 유업계가 사준다는 점을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원유의 가격이 오르면 유업계 입장에서 관련제품의 도미노 인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흰우유 뿐만 아니라 치즈와 버터, 분유, 아이스크림 등 유가공품은 물론 빵과 과자 등 우유가 들어간 다른 제품들도 원가가 오르게 됩니다.

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 연동제는 유업계와 소비자를 제외하고 오로지 낙농가의 이익만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며 "구제역 사태 당시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폐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낙농업계 관계자는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낙농업을 시장논리에 따라 운영할 경우 위기 상황이 왔을 때 낙농업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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