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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6년 혈투' 메디톡스·대웅제약, 상처만 남았다

  • 2020.07.20(월) 15:00

보툴리눔 톡신 균주 둘러싸고 네거티브 논쟁 가열
국내외 할 것 없이 소송전…업계·여론 피로도 증폭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다툼이 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출시한 2014년부터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 의혹을 주장했다. 이후 국내에서 2016년부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결말은 예측 불가다.

양측 모두 팽팽하게 맞섰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이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내세워 국내 소송에서 포자 감정을 의뢰했다. 당시 포자 감정에서 ‘나보타’는 포자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오면서 대세는 대웅제약으로 기울었다.[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보톡스 전쟁, 끝이 보인다]

그러나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에 진출하자, 메디톡스는 지난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이달 초 예비심사 결과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메디톡스는 국내 소송에서의 패배를 해외에서 되갚았다. 대웅제약은 ITC가 오판했다면서 오는 11월 최종판결에서 승소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여론몰이를 해온 건 벌써 6년째다. 두 업체 모두 사소한 논쟁부터 사사건건 트집 잡기에 여념이 없다. 양측은 소송 전부터 균주의 염기서열 공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국내 소송에서 중요한 증거자료로 제시됐던 포자감정에서는 포자 생성 환경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는 "미국 법원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환송조치를 두고 각자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쏟아냈다. 이후 ITC 명령에 따라 진행한 전문가 검증에서도 각자가 지정한 전문가가 채택됐다고 내세웠다.

이번 ITC 예비심사 결과에 대해서도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일방적 주장만이 받아들여진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메디톡스도 “ITC 행정판사가 받아들이지 않은 내용일 뿐”이라며 바로 반격에 나섰다.

특히 오랜 소모전이 지속되면서 현재 양측 모두 주가가 내려 앉은 상태다. 22만 원대까지 올랐었던 대웅제약의 주가는 10만 원 전후로, 80만 원대까지 올랐던 메디톡스의 주가는 10만 원 후반대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동안 하루에도 수차례 양측이 상대를 반박하는자료를 쏟아내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와 여론에 누적된 피로도는 매우 극심하다. ITC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양측 모두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등에서는 ITC 최종 결과가 나오는 11월에 마무리가 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사건은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ITC의 예비심사 결과가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따라서 메디톡스의 승리를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대웅제약도 쉽사리 물러서진 않을 태세다. 만약 ITC 최종 결과에서 대웅제약이 패소한다면 미국 연방대법원까지 갈 심산이다.

국산 보톡스를 둘러싼 이번 사건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제 살 깎아먹기식 네거티브 여론몰이가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반복돼서다. 그 탓에 업계도, 여론도 두 업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두 업체를 향한 지탄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국산 보톡스 승부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두 업체 모두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에 승복하는 자세를 보여줄 수 있느냐다. 기업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그런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온 논쟁은 전혀 생산적이지 못했다. 오히려 생채기만 냈다. 이제는 지루한 싸움을 멈추고 서로를 인정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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