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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메디톡스'의 칼끝 어디로 향할까

  • 2021.08.25(수) 10:25

로펌 '퀸 엠마뉴엘' 선임…전방위 압박
해외 진출 국산 보툴리눔 톡신 기업 타깃
균주·제조공정 모두 문제 삼을 듯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산 보툴리눔 톡신 대표기업인 메디톡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메디톡스는 지난 24일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지식재산권(IP)의 보호를 위해 세계적 로펌 '퀸 엠마뉴엘'을 선임했다고 밝혔습니다.

메디톡스는 '퀸 엠마뉴엘' 선임 이유로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정당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라고 했는데요. 이는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 및 출시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보내는 '선전포고'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에 성공한 해외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미국 앨러간의 '보톡스', 독일 멀츠의 '제오민', 프랑스 입센의 '디스포트', 중국 란주연구소의 'BTX-A' 등 4개가 있습니다. 이들 글로벌 기업들의 4개 제품은 두 종류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로 나뉩니다.

'보톡스'와 'BTX-A'는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홀A하이퍼(HALL A hyper) 균주'로 개발된 제품입니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문을 연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역시 과거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가져온 홀A 균주를 자체 제조공정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죠. 제오민과 디스포트는 미국 균주은행에서 분양받은 'ATCC3502'입니다. 

해외에서는 2개 종류의 균주로 단 4곳만이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했는데요. 국내에서는 더 많은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출시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을 출시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대웅제약, 휴젤, 휴온스, 종근당,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파마리서치 등이 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균주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종근당의 경우 휴온스 제품의 판권을 가져왔습니다.

당초 메디톡스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을 개발한 기업들을 상대로 균주 유전자 서열 정보 공개를 촉구했습니다. 해외에서도 단 2종의 균주로 4개 제품이 개발됐는데 국내에서는 통조림, 마굿간, 돼지사육장 등에서 균주가 발견됐다는 경쟁사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개발 및 제조‧생산에 참여했던 직원이 대웅제약에 영업기밀을 넘겨줬다는 의혹을 품으면서 타깃을 대웅제약으로 집중했습니다. 이후 대웅제약이 '나보타(수출명 주보)'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균주 출처 분쟁은 미국에서 본격화됐죠. 결국 수년간 소송 끝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ITC는 균주 자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반면, 제조공정 부문에서는 영업비밀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합의금과 함께 미국에서 발생한 나보타 매출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메디톡스에게 지급하게 됐습니다. 

대웅제약과의 분쟁에서 판정승을 거둔 메디톡스는 이제 칼끝을 국산 보톨리눔 톡신으로 돌렸습니다. 그동안 대웅제약과의 분쟁으로 신경쓰지 못했던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전반에 대한 균주 출처 의혹을 이제 본격적으로 풀겠다는 겁니다. 현재 출시된 국산 보툴리눔 톡신 중 유전자 서열 정보를 공개한 제품은 메디톡신 외에 단 한 개도 없습니다.

유일하게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제테마의 '더톡신'만이 유전자 서열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제테마는 지난 2017년 영국 공중보건원으로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ATCC3502'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2019년 유전자 정보 분석 결과 ATCC3502와 99.97% 유사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 등록했습니다.

현재 '더톡신'은 수출용 허가를 받고 내수용 허가를 위해 동화약품과 국내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수출용 허가는 안전성·유효성 자료가 없어도 수입자가 요구하는 허가사항만 제출해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제테마의 경우 균주 출처가 명확한 만큼 메디톡스의 균주 분쟁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ITC는 균주 자체를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제조공정에 대한 영업비밀만을 인정했습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1g만으로도 100만명을 살상할 수 있는 맹독성 물질입니다. 그만큼 제조공정이 까다롭습니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정은 크게 균주 배양과 독소 침전, 독소 추출, 정제 등 4단계로 구분됩니다.

제조공정 기술에 따라 순도 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순도가 높을수록 지속효과가 길고 내성 등 부작용이 적습니다. 결국 메디톡스가 문제 삼을 부분은 균주 출처뿐만 아니라 제조공정에도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균주가 다른 제테마 역시 제조공정에 메디톡스의 기술이 적용됐다면 타깃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퀸 엠마뉴엘'은 국내를 제외한 해외 소송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도 미국 시장에 대한 합의는 끝났지만 준비 중인 중국 시장에서는 또 다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국산 보툴리눔 톡신으로는 유일하게 허가를 획득한 휴젤의 보툴렉스 역시 주요 타깃으로 꼽힙니다. 이들 기업이 메디톡스와 해외 소송에서 영업비밀 침해로 인정될 경우 국내 소송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퀸 엠마뉴엘'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로펌 중 하나로 꼽힙니다. 삼성전자 역시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와의 '스마트폰' 소송에서 '퀸 엠마뉴엘'을 선임했었는데요. 애플과는 화해를 이끌어냈고, 화웨이 상대로는 승소를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이밖에 중국의 대형 보험사인 '다자보험'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미국 소송에서도 미래에셋의 승소를 이끌어냈습니다.

메디톡스의 '퀸 엠마뉴엘' 선임이 국산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에 보내는 선전포고로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앞으로 불어올 메디톡스발(發) 폭풍에 업계에도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국산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이 메디톡스의 저격을 어떻게 회피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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