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맥주 업계의 왕좌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발포주 시장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간 국내 발포주 시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필라이트'로 선두 자리를 지켜왔다. 후발주자인 오비맥주는 '필굿'을 앞세워 최근 공격적인 판촉 행사를 벌이며 추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두 업체가 각자 다른 전략으로 신제품을 내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7월 알코올 도수 7도의 '필굿 세븐'이라는 고도주 제품을 내놨다. 이에 맞서 하이트진로는 최근 알코올 도수 2도의 '필라이트 라들러'를 출시했다. 두 업체의 상반된 전략이 향후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 '필굿 세븐' 이어 '필라이트 라들러'…신제품 경쟁
하이트진로는 최근 발포주 브랜드 필라이트의 네 번째 제품을 출시했다. 알코올 도수 2도의 '필라이트 라들러'다. 기존 필라이트에 레몬 맛을 더한 게 특징이다. 독일 등에서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섞은 혼합주(라들러)를 가볍게 마시는 문화에 착안해 개발했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는 일단 필라이트 라들러를 시즌 한정판으로 선보인 뒤 시장 반응에 따라 정식 출시를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홈술 시장이 활성화되고 가볍게 즐기는 음주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를 고려해 알코올 도수 2도의 과일 발포주를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발포주는 맥주 원료인 맥아 함량 비율이 10% 미만인 술을 말한다. 국내 발포주 시장을 개척한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7년 '필라이트'를 시작으로 매년 '필라이트 후레쉬', '필라이트 바이젠' 등 신제품을 내놓은 바 있다. 필라이트는 첫 제품 출시 3년 2개월 만에 9억캔 판매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 7월 말 '필굿 세븐'이라는 알코올 도수 7도 제품을 내놨다. 이로써 필굿 브랜드는 기존 '필굿'과 '필굿 세븐'이라는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필굿 세븐은 가성비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젊은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하이트진로 "저도주가 트렌드" vs 오비 "소맥 인기 여전"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연이어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발포주 시장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테라(하이트진로)와 카스(오비맥주)라는 주력 제품으로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업체가 발포주 시장에서도 자존심 대결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업계에 따르면 그간 필라이트는 국내 발포주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오비맥주가 가격 할인 등 공격적인 판촉 행사를 이어오면서 격차가 많이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필라이트의 발포주 시장 점유율은 50~60%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 진로의 경우 2분기 테라 판매량이 전년보다 약 200% 증가함에 따라 레귤러 맥주 매출이 약 20% 늘었지만, 발포주(필라이트)의 경우 전년보다 5% 감소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근 각사가 내놓은 신제품의 흥행 성적에 따라 향후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두 신제품의 전략이 '고도주'와 '저도주'로 상반된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로 여겨진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인 트렌드는 '저도주'"라면서 "가볍게 술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필라이트 라드러'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오비맥주 관계자는 경우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폭탄주'에 대한 인기가 여전하고, 최근에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 등이 홈술로 각광받고 있는 만큼 도수가 높은 필굿 세븐에 대한 수요도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